
【 청년일보 】 원·달러 환율이 1600원에 육박한 뒤 두 달여 만에 130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3분기 들어 원화 가치 상승률은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최근에는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 물가·국채금리 상승으로 원화 강세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다음 주 예정된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결정이 향후 환율 방향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1344.1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주 종가인 1350.1원보다 6.0원 내렸다.
환율은 지난 9일 장중 1334.6원까지 떨어지며 1320원대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11일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국제유가 급등이 겹치면서 1349.9원까지 반등했다. 다만 1350원 선을 다시 넘지는 않았다.
원화 강세는 3분기 들어 두드러졌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15.41% 상승했다. 7월 1일 원·달러 환율이 1559.9원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회복된 것이다.
주요 20개국 통화 가운데 절상률 2위인 일본 엔화는 5.84% 상승에 그쳤다. 원화 절상 폭이 엔화의 약 3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02% 하락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호주 달러는 4.00%, 캐나다 달러는 2.48%, 유로화는 1.93% 상승했다.
반면 영국 파운드화는 1.85%, 중국 역내 위안화 1.29%, 대만 달러 0.76%, 스웨덴 크로나 0.43%, 홍콩 달러는 0.01% 절상되는 데 그쳤다. 러시아 루블과 스위스 프랑은 각각 7.85%, 0.87% 절하됐다.
원화 강세의 배경으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외국인 주식 순매도 감소, 한미 금리차 축소 등이 꼽힌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전쟁 변수에 둔감해지면서 뒤늦게 반도체 효과가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자금 흐름도 달라졌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는 2월부터 7월 초까지 215억달러에 달했지만, 7월 둘째 주부터 9월 첫째 주까지는 23억달러로 크게 감소했다.
한미 금리차 축소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임환열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최대 2.0%포인트까지 확대됐던 한미 금리차가 한국은행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0.75%포인트까지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빠른 환율 하락과 함께 변동성도 확대됐다.
해당 기간 평균 환율 변동폭은 67.8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8.3원과 비슷하며 2009년 61.2원보다 큰 수준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기업의 수출입 가격 결정과 환헤지 전략 수립에 부담이 커진다. 특히 대외 변수에 따라 환율 방향이 급격히 바뀔 경우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원화 강세 자체도 수출기업에는 부담이다. 달러로 벌어들인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산할 때 금액이 줄어드는 데다 일부 업종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5~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일본은행 역시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물가 오름세는 미국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중동 긴장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2.48달러, 브렌트유는 107.63달러까지 상승하며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5% 선에 근접했다.
다만 반도체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한 달러 매도세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 폭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단기적으로 과도했던 원화 강세가 일부 되돌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360~1370원까지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해외 금융시장 여건이 환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경우 달러 강세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면서 환율이 다시 1400원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단기적인 환율 반등 가능성에도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정훈 수석연구위원은 연말까지 점진적인 원화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10원 안팎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보다 강한 원화 강세를 전망했다. 그는 무역흑자 확대에도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내외 주식투자 수요가 정체되면서 당분간 달러 공급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 위원은 원·달러 환율 전망 범위로 9월 말 1300~1360원, 연말 1290~1380원을 제시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