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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용은 막고, 미수는 열고...미성년자 투자보호 ‘엇박자’

 

【 청년일보 】 “모든 투자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며, 투자에 있어 모든 책임은 투자를 결정한 본인에게 있다.”

 

금융감독원의 고등학교 생활금융 교육 프로그램은 이 같은 투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한다. 투자자는 미래의 손익을 스스로 판단해 투자를 결정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원칙을 미성년자에게 성인과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다. 미성년자는 투자 경험과 위험 판단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안정적인 소득이나 채무 상환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미수거래는 자기 자금으로 주식을 사는 일반적인 투자와 성격이 다르다. 미수거래는 주식을 살 때 증거금 일부만 먼저 내고 나머지 대금을 결제일까지 납부하는 초단기 외상거래다. 예를 들어 증거금률이 40%인 종목이라면 40만원으로 100만원어치 주식을 매수할 수 있지만, 결제일까지 나머지 60만원을 채워야 한다.

 

만약 대금을 내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주가까지 하락하면 자기 돈으로만 투자했을 때보다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만 19세 미만 투자자의 미수거래를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증권사 내부 기준에 따라 달리 운영되던 제한 근거를 한국거래소나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담아 일원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필요한 조치지만 의문이 생긴다. 미성년자의 신용융자는 이미 제한하면서 성격이 유사한 미수거래는 왜 지금까지 명확한 공통 기준 없이 증권사 자율에 맡겨뒀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미성년자 계좌의 미수거래 가능 여부는 이용하는 증권사와 계좌 개설 방식 등에 따라 달랐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은 미성년자 계좌의 현금증거금률을 100%로 적용해 미수거래를 차단해왔다. 반면 일부 증권사는 비대면으로 개설한 계좌만 제한하거나 기존 영업점 계좌에는 별도의 증거금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같은 미성년자라도 어느 증권사를 이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계좌를 개설했느냐에 따라 미수거래 가능 여부가 달라졌다. 보호의 필요성은 같았지만 보호 수준은 달랐던 셈이다.

 

증권사들이 뒤늦게 빗장을 걸면서 차이는 사라지고 있다. KB증권과 삼성증권은 최근 제한 대상을 모든 미성년자 계좌로 확대했다. 신한투자증권도 다음 달 12일부터 기존 계좌를 포함한 만 19세 미만 계좌의 미수거래를 제한한다. 이에 따라 국내 5대 대형 증권사에서는 미성년자가 신용융자뿐 아니라 미수거래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최근 20세 미만 투자자의 미수거래 잔액이 2억원대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성년자 ‘빚투’ 논란도 커졌다. 전체 미수거래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상환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가 반대매매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더욱이 미성년자 계좌를 실제로 운용하는 사람이 자녀 본인이 아닌 부모인 경우가 적지 않다. 미성년자는 신분증이나 본인 명의 인증수단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계좌 개설부터 매매까지의 복잡한 과정을 부모가 대신하는 사례가 많고, 자녀에게 주식을 사전 증여하거나 자녀 명의로 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미수거래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성년자 미수거래는 자녀 본인이 실행하기보다 부모가 증여 등의 목적으로 자녀 계좌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미성년자는 신용거래가 이미 제한돼 있었던 만큼 미수거래 역시 진작 촘촘하게 막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미수거래에 결제불이행과 반대매매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부모가 자녀 명의 계좌를 사실상 운용한다는 점도 증권업계에는 낯선 일이 아니다. 미수거래가 제도적 빈틈이 아니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가능한 행위를 나열하는 규율 방식에서는 미처 규정하지 못한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빈틈이 확인됐다면 신속하게 규정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성년자의 금융투자 기회를 넓히는 것과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지지 않도록 막는 것은 모순되지 않는다. 자기 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하며 금융 지식을 익히는 것과 결제할 돈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유 자금 이상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당국의 역할도 업계가 뒤늦게 마련한 조치를 규정으로 옮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미성년자에게 허용되는 거래의 범위와 보호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계좌의 실질 운용자가 누구인지 점검할 수 있는 관리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는 사고가 발생한 뒤 거래를 막는 사후 조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에 미성년자가 노출될 가능성을 미리 살피고, 그에 맞는 기준을 세우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 청년일보=김주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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