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공장 안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물류로봇, 천장을 따라 이동하는 부품, 자동으로 제품을 조립하는 로봇팔. 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를 견학하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람 대신 움직이는 기계'들이었다. 공장 자동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하지만 공장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스마트팩토리를 단순히 '로봇이 많은 공장'이라고 정의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로봇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생산 상황을 파악할 데이터가 필요하고, 필요한 부품이 적절한 시점에 공급돼야 한다.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예측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다양한 제품을 하나의 공장에서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 방식 자체도 달라져야 한다.
결국 스마트팩토리의 핵심은 사람의 일을 기계로 대체하는 단순한 '자동화'보다 공장 전체를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으로 만드는 '지능화'에 가깝다.
그렇다면 스마트팩토리에서는 기존 공장과 무엇이 달라지고 있을까. LG 창원 스마트파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모습을 중심으로 스마트팩토리를 이해하는 네 가지 개념을 살펴봤다.
◆ 현실의 공장보다 먼저 움직이는 가상공장…'디지털 트윈'
첫 번째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말 그대로 현실에 존재하는 설비와 생산라인을 디지털 공간에 쌍둥이처럼 구현하는 기술이다.
단순히 공장의 모습을 컴퓨터 화면에 옮겨놓는 것과는 다르다. 실제 공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가상공장에 반영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생산량, 설비 상태, 부품 재고와 이동 상황 등이 현실과 디지털 공간에서 함께 움직인다.
LG전자에 따르면 창원 스마트파크의 지능형 공정 시스템은 AI·빅데이터·디지털 트윈을 결합해 공장 데이터를 30초마다 수집·분석하고 10분 뒤 생산라인의 상황을 예측한다.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자재를 적시에 공급하는 등의 대응이 가능하다.
디지털 트윈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서 드러난다. 기존 공장은 문제가 발생한 뒤 원인을 찾고 대응하는 공간이었다. 반면 디지털 트윈이 적용된 공장은 현실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가상공장에서 상황을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LG 창원 공장은 실시간 데이터를 결합한 디지털 트윈 등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생산성을 17% 높이고, 품질 성과를 70% 개선했으며, 에너지 사용량을 30% 줄였다.
즉 스마트팩토리의 변화는 단순히 '자동으로 움직이는 공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공장이 자신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미래의 상태까지 예측하기 시작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 대량생산과 맞춤생산 사이…'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두 번째로 주목할 개념은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이다.
20세기 제조업의 경쟁력을 만든 핵심은 대량생산이었다. 같은 제품을 많이 만들수록 제품 하나를 생산하는 비용은 낮아졌다. 포드의 컨베이어벨트로 대표되는 생산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소비시장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보다는 자신의 필요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을 요구한다.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다양하게 만들면서도 싸고 빠르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대량생산의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고객 요구에 대응하는 생산방식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모듈러 디자인(Modular Design)'이다. 제품을 여러 개의 표준화된 모듈로 나누고 이를 조합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레고의 동일한 블록을 조합해 전혀 다른 형태를 만들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LG전자 역시 창원 스마트파크에 모듈러 디자인에 최적화한 생산설비를 구축해 제조공정을 단순화하고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적용했다. 실제로 같은 컨베이어벨트에서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을 확인했다. 로봇은 제품에 붙어있는 인식표를 읽고 같은 컨베이어벨트 상에서 제품별로 요구되는 공정을 각각 수행한다.
따라서 스마트팩토리의 의미는 '더 많이 생산하는 공장'에만 있지 않다. 시장의 변화에 맞춰 생산방식을 빠르게 바꿀 수 있는 '유연한 공장'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 고장 난 뒤 고친다?…'예지보전'이 바꾸는 공장 관리
두 번째 개념은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자동차가 완전히 고장 난 뒤 정비소를 찾는 것보다 엔진이나 부품의 상태를 미리 파악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정비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공장도 마찬가지다. 생산라인의 설비 하나가 갑자기 멈추면 단순히 해당 기계만 수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뒤에 연결된 공정이 함께 정지할 수 있고 생산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한다. 따라서 스마트팩토리에서는 센서를 통해 설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징후를 미리 발견한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는 '고장에 대응하는 것'에서 '고장을 예측하는 것'으로 관리 방식이 바뀐다는 점이다.
품질관리도 비슷하다. 과거에는 완성된 제품을 검사한 뒤 불량품을 찾아냈다면, 스마트팩토리에서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불량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려 한다. LG 스마트파크 역시 딥러닝 기반 사전 품질 예측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생산공정 곳곳의 데이터를 활용해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의 목표가 '불량을 잘 찾아내는 공장'을 넘어 '애초에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는 공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 생산만큼 중요한 '이동'…스마트 인트라로지스틱스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모습만 생각하면 조립이나 가공과 같은 생산공정에 시선이 쏠리기 쉽다. 하지만 실제 생산현장에서는 부품을 찾고, 옮기고, 기다리는 과정 역시 끊임없이 발생한다.
아무리 제품을 빠르게 조립할 수 있어도 필요한 부품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는다면 생산라인은 멈춘다.
때문에 스마트팩토리에서는 공장 내부의 물류, 즉 '인트라로지스틱스(Intralogistics)'가 중요해지고 있다.
LG 창원 스마트파크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 바닥에서는 AGV(Automated Guided Vehicle)와 AMR (Autonomous Mobile Robot)가 자재를 운반하고, 천장에서는 고공 컨베이어를 통해 부품이 이동한다. 지능형 무인창고와 자동공급 시스템도 연결돼 있다. LG전자는 5G 전용망 기반 AGV와 고공 컨베이어 등을 통해 공장 내부 부품 물류 자동화를 확대했다.
여기에서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또 하나의 관점을 얻을 수 있다.
공장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은 단순히 '제품을 더 빨리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필요한 부품이 언제, 어디에, 얼마나 필요한지 파악하고 생산공정 사이의 불필요한 이동과 대기를 줄이는 것 역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결국 생산의 문제는 '만드는 과정'뿐 아니라 '흐르는 과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 스마트팩토리, 자동화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
LG 창원 스마트파크를 견학하기 전 스마트팩토리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로봇이었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제품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공장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팩토리를 구성하는 여러 기술을 살펴보면 로봇은 전체 시스템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디지털 트윈은 공장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한다. 예지보전은 설비 데이터와 유지보수를 연결한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와 생산라인을 연결한다. 스마트 물류는 창고와 생산공정을 연결한다.
이렇게 보면 스마트팩토리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자동화'보다 오히려 '연결'에 가깝다.
과거의 자동화가 개별 작업을 기계로 대체하는 과정이었다면 스마트팩토리는 생산, 물류, 품질, 설비,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장 전체가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공장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도 '로봇이 몇 대 있는가'나 '자동화율이 몇 퍼센트인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얼마나 많이 자동화했는가보다, 공장 안의 수많은 정보와 공정을 얼마나 잘 연결하고 그 연결을 통해 얼마나 빠르게 예측하고 변화할 수 있는가.
LG 창원 스마트파크에서 본 스마트팩토리의 모습은 제조업의 미래가 단순히 '사람 없는 공장'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예측하며 변화하는 공장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 청년서포터즈 9기 남윤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