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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품절과 과잉재고 사이…데이터와 시스템이 바꾸는 기업의 재고관리

수요예측부터 ERP까지, 데이터를 활용해 공급망을 최적화하는 기업들

 

【 청년일보 】 신제품이 나오자마자 품절되어 발을 동동 구르는 소비자, 반대로 창고에 쌓인 재고를 눈물을 머금고 할인 판매하거나 폐기하는 기업. 언뜻 정반대처럼 보이는 두 장면은 사실 같은 문제에서 출발한다. 바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재고관리'다.

 

재고가 부족하면 판매 기회를 놓치고 고객은 다른 브랜드로 이탈한다. 반대로 재고가 과도하면 보관비와 인건비가 늘어나고, 유행이 지나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은 헐값에 처분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문제는 이 균형점을 찾는 일이 감이나 경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절, 트렌드, 경쟁사 프로모션, 날씨, 심지어 SNS 반응 하나까지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 감에서 데이터로: 데이터를 활용한 재고관리

 

과거의 판매량과 담당자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재고를 관리하던 방식에서, 최근에는 판매 데이터, 매장별 주문 패턴, 프로모션 일정 같은 내·외부 데이터를 결합해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ZARA)다. 자라는 두 곳의 중앙 물류창고에서 전 세계 매장으로 상품을 공급한다. 과거에는 각 매장의 요청과 담당자의 경험적 판단을 바탕으로 배송량을 결정했지만, 이후 MIT 연구진과 함께 각 매장의 재고 수준과 수요의 상관관계를 반영한 운영과학(Operations Research) 기반 재고 배분 모델을 개발했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의 카로(Caro)와 가리엔(Gallien) 연구팀이 진행한 해당 연구에 따르면, 이 모델을 실제 매장에 적용한 통제된 현장실험 결과 새로운 배분 방식은 기존 방식보다 매출을 3~4%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매장 간 재고 이동을 줄이면서 상품이 매장에 실제로 진열되어 있는 시간의 비율도 함께 높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강점은 단순히 다루는 정보의 양이 많다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다양한 판매·매장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고, 그 안의 패턴과 변수 간 관계를 모델링해 수요와 재고의 변화를 더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물론 이 정확도는 데이터의 품질, 적절한 변수 선정, 그리고 지속적인 모델 업데이트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발휘된다.

 

◆ 예측은 시작일 뿐: 예측치를 현실로 옮기는 ERP

 

그런데 수요를 정확히 예측했다고 해서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예측된 숫자가 실제로 '적정 재고'로 이어지려면, 그 데이터가 구매팀의 발주 계획, 생산팀의 생산 스케줄, 물류팀의 배송 계획으로 끊김 없이 연결되어야 한다. 아무리 정교한 예측 모델이 있어도 부서 간 정보가 따로따로 관리되고 늦게 공유된다면, 예측의 가치는 절반도 발휘되지 못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ERP는 구매·생산·재고·물류·회계 등 기업의 여러 업무 데이터를 통합하고 연계해, 한쪽에서 발생한 정보 변화가 다른 부서에도 반영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수요 예측 결과가 ERP 및 이와 연계된 SCM·물류 시스템에 반영되면, 이를 바탕으로 발주·생산·물류 계획을 수립하고 각 부서의 실제 업무로 연결할 수 있다. 즉 데이터 분석이 '무엇을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라면, ERP는 그 답이 조직 전체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뼈대인 셈이다.

 

◆ 데이터와 시스템, 두 축이 만나는 곳

 

결국 기업의 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구매·물류·생산 등 여러 업무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를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수요 예측 모델을 아무리 잘 설계해도 그 결과가 실제 업무 프로세스와 맞물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고, 반대로 시스템만 잘 갖춰져 있어도 그 안에 들어가는 데이터의 품질과 해석력이 낮으면 좋은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 역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판매·재고 데이터를 분석해 수요와 공급 균형을 관리하는 SCM 데이터 분석 직무부터,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해 ERP 구축 방향을 설계하는 BA·ERP 컨설팅 직무, 창고·배송 등 물류 시스템을 설계·운영하는 직무, 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업무 혁신을 지원하는 IT 컨설팅 직무까지, 겉보기에는 서로 다른 직무지만 데이터와 시스템을 활용해 기업의 업무 흐름과 의사결정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서로 맞닿아 있다.

 

결국 재고관리는 단순히 미래의 수요를 맞히는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을 실제 구매·생산·물류 과정에 연결하고,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이다. 재고라는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역시 감과 경험에서 데이터와 시스템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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