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시중은행을 겨냥한 사이버공격이 잇따르면서 금융권 전산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신한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도 고객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고,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도 비인가자의 해킹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 공격은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직접적인 금융거래 시스템뿐 아니라 직원용 업무 지원시스템과 영업지원시스템 등 상대적으로 외부 노출 가능성이 높은 전산망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와 카드사에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전반을 다시 점검하도록 했다.
◆ KB국민은행 119명·하나은행 89명 정보 유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밤 비정상적인 외부 접근을 인지한 뒤 조사한 결과 고객 119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외부 침해로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유출 정보는 고객별로 차이가 있으며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암호화된 주민등록번호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격 대상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 지원시스템으로,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등 고객의 금융거래 시스템과는 별개라는 게 KB국민은행의 설명이다. 은행은 이상 접근을 확인한 직후 해당 서버와 접근 경로를 차단하고 피해 고객에게 유출 사실과 2차 피해 예방 방법을 안내했다.
금융감독원이 KB국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하던 중이었던 만큼 현장에 있던 IT검사반도 전날 밤부터 사고 대응에 투입돼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은행은 정보 유출로 실제 고객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액 보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 관계자는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추가 피해와 재발을 막기 위해 전사적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에서도 이날 외부 해킹 세력에 의한 정보 유출 사실이 확인됐다. 유출된 정보는 89명분으로 주민등록번호와 성명, 주소, 이메일주소, 전화번호, 휴대전화번호, 직장명 등이 포함됐다.
하나은행은 외부 해킹 에이전트가 영업지원시스템(ODS)을 대상으로 비정상적인 접근을 시도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시스템 역시 인터넷·모바일뱅킹 거래 시스템과 분리돼 있어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 고객에게는 개별 통보가 진행 중이며, 실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보상할 예정이다.
◆ 신한은행 이어 부산은행까지…은행권 공격 확산
앞서 신한은행에서는 통신 전문 구조인 코드가 무단 해킹되면서 약 2만5천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BNK부산은행에서도 해킹 공격으로 외주 개발직원 11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부산은행에 따르면 2일 오전 4시30분께 웹페이지에서 외주 개발직원들의 성명과 전화번호, 생년월일, 이메일 주소 등이 노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은행 측은 내부 직원용 모바일 영업지원시스템 등을 대상으로 한 공격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웹페이지는 차단했으며 금융당국에도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반면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최근 외부 비인가자의 해킹 시도가 있었지만 자체 침입방지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현재까지 확인된 정보 유출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외부 접근을 차단한 뒤 공격 시기와 범위를 넓혀 시스템 보안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의 대출모집인 전용 서비스, KB국민은행의 직원용 모바일 업무 지원시스템 등 고객의 금융거래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업무 시스템까지 공격 대상으로 지목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최근 공격에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정황 등을 고려해 금융회사 전산시스템의 보안 사각지대를 점검하기로 했다.
◆ 금융당국, 외부 노출 시스템 전반 긴급 점검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금융감독원과 금융보안원, 주요 시중은행 및 카드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권 긴급 상황대응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발생한 정보 유출 사고의 공격 유형과 수법을 공유하고 금융권의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금융위·금감원·금보원은 침해사고가 접수되면 현장조사에 신속히 착수하는 한편 공격 IP와 공격 유형 등 위협정보를 관계기관과 공유해 추가 피해를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신진창 사무처장은 금융회사에 외부에 노출된 IT 자산과 서비스를 빠짐없이 파악하고 보안 취약점과 접근통제 현황을 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대고객 서비스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 전체를 대상으로 점검해 보안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취지다.
불필요한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고 있는지도 확인하고, 인증 없이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있는지 점검하도록 했다. 특히 개인정보를 조회하는 과정에서 인증 절차가 누락되거나 미흡하게 적용되는 사례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을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공격에 사용된 IP주소와 공격수법, 침해 시도 내역 등을 금융회사와 관계기관 간 신속하게 공유하도록 하는 한편 보안취약점 체크리스트를 제공해 자체 점검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회사로부터 점검 결과도 조속히 보고받을 예정이다.
신진창 사무처장은 "정보유출 등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사고 발생 이후에는 신속한 대응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국정감사를 앞두고 시중은행장들의 증인 출석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중은행장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 보안 사고의 반복 원인과 책임을 따지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