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KB금융그룹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주주배당금)은 금융당국의 권고를 수용해 20%로 대폭 축소됐다.

KB금융은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이 3조4천55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4일 공시했다. 이는 2019년도 3조3천118억원보다 4.3% 늘어난 수치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침체로 은행의 수익성 훼손이 우려됐으나, 은행의 견조한 대출 성장에 기반해 이자 이익이 꾸준히 확대되고 비은행 부문의 순수수료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해 견조한 이익 체력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출채권 증가와 푸르덴셜생명 계열사 편입 등의 영향으로 작년 말 기준 그룹 총자산(610조7천억원)도 2019년 말(518조5천억원)보다 17.8%(92조2천억원) 불었다.

KB금융그룹이 코로나19 타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가로 쌓은 신용손실충당금은 지난해 모두 3천770억원(2분기 2천60억원·4분기 1천710억원)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이 2조2천982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줄었다. 순이자이익은 6조3천638억원에서 6조7천548억원으로 6.1% 늘었지만,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이 1천36억원에서 4천843억원으로 증가했다.

신용손실충당금이란 은행이 신용으로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장부상 비용으로 미리 처리한 금액이다. 충당금이 줄어들수록 은행은 수익이라고 인식한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대출성장과 조달비용 감축 노력으로 이자이익이 커지고 유가증권·파생상품·외환 관련 이익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 확대와 코로나19 관련 선제적 충당금 전입 등으로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의 작년 연간 당기순이익은 4천256억원으로 65%나 뛰었다. 주식 거래대금과 고객 수탁고가 늘면서 수탁수수료가 2천451억원에서 5천953억원으로 143%나 급증한 덕분이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1천639억원)은 1년 새 30%(704억원)나 줄었다. 코로나19로 투자 환경이 나빠져 투자 영업이익이 축소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KB금융의 설명이다.

작년 4분기 실적만 따로 보면, KB금융그룹 전체 순이익은 5천773억원으로 2019년 4분기보다 8% 늘었다. 하지만 직전 3분기(1조1천666억 원)와 비교하면 50.5% 적은 수준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4분기 희망퇴직비용과 코로나19 관련 추가충당금(세후 약 1천240억원)이 발생, 지난 3분기에는 푸르덴셜생명 염가매수차익이 계상됐기 때문에 4분기 '기저효과'도 나타났다"며 "이런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순이익은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KB금융지주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배당 수익은 크게 떨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정례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했다. 국내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에 대해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주주 배당을 실시해 앞으로의 자본 리스크에 대비하라는 것이 권고안의 골자다.

이에 KB금융은 4일 실적 발표에 앞서 오전 이사회를 열고 2020년도 배당성향을 20%, 주당 배당금을 1천770원으로 의결했다. 결국 금융당국이 권고한 '20%이내 배당 성향'을 그대로 따른 셈이다.

지난해 KB금융의 배당성향은 26%였다. 주당 배당금 1천770원 또한 2019년의 2천210원과 비교하면 20%나 적은 수준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침체와 불확실성에 대비해 배당 수준은 일시적으로 축소됐지만,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