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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A fine is a price

 

【 청년일보 】A fine is a price, 벌금은 가격이다. 경제학자 Uri Gneezy와 Aldo Rustichini가 2000년에 발표한 논문의 제목이다.

 

두 학자는 어린이집의 하원 시간 지각에 벌금을 매김으로써, 억제 이론(Deterrence hypothesis)를 검증해보기로 한다. 억제 이론이란 벌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해당 행동의 발생을 줄일 것이라는 이론이다.

 

과연 학부모들에게 아이들 하원 지각에 대한 벌금이 부여된다면 지각율은 낮아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니었다. 벌금 도입 전과 비교해 오히려 지각율은 상승하였다. 더욱이 벌금 제도를 다시 철회했을 때, 상승된 지각율은 다시 내려오지 않았다. 

 

이 결과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남긴다.

 

첫째, 화폐가 도덕심을 대체하였다. 이전의 부모들이 지각할 때 갖고 있던 죄송스러운 마음은 벌금으로 내는 화폐가 정당화시켜 주었다.

 

벌금을 지불하니 지각에 따른 교사들의 기다림은 서비스에 대한 비용이 됐다. 따라서 부모들은 지각의 가치와 벌금을 견주어, 지각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지각이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둘째, 사라진 도덕심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저자들은 이것을 “Once a commodity, always a commodity.”라고 표현하였다. 한 번 상품이 된 것은 영원히 상품으로 남는다.

 

다시 말해, 서비스 비용으로 여겨진 지각 벌금은, 벌금제가 사라졌을 때에도 여전히 서비스로 여겨졌다. 셋째, 부모들이 최고 처벌이 겨우 벌금임을 알게 되었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입학할 때 지각을 반복할 시 일정 수준의 처벌이 취해질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받았다. 반복된 지각으로 어린이집 퇴소까지 염두 하였던 이전과 비교해서, 벌금으로 처벌이 그치는 것을 확인하며 부모들은 안심하였다.

 

물론 대단한 수준의 벌금은 행동 변화를 예측한 방향대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어린이집 지각 비용의 경우, 1시간 베이비시터 비용보다 더 높은 수준의 벌금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이 보여주는 결과는 세금, 벌금을 도입하는 것이 시스템의 균형 상태, 인지 상태를 바꿔 놓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mission Trading System; ETS)를 보자.

 

기존에 탄소를 배출하는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개념은 없었다. 그러나 EU를 모방해 2015년부터 한국도 ETS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탄소세,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이 제도들의 공통점은 모두 시장 제도로서 탄소에 돈을 붙이는 시스템 전환을 추구한다.

 

이 시스템 전환은 눈에 보이는 체제를 바꿔 놓는 것뿐 아니라, 탄소는 돈이 든다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탄소 배출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우리 삶에서 가격의 균형 지점을 더 높게 잡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배출권 제도 하에서 탄소 비용(2021년 10월 27일 기준 KAU21 톤당 30,200원)은 너무 낮기 때문에, 현재 가격으로는 이 돈만 내면 탄소를 배출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작용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정말 탄소 배출 비용의 필요성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까? 비용은 수단일 뿐이고 그 이면에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거대한 목표가 있다.

 

수단에 사로 잡혀 목표에 대한 공감은 사라지지 않았는가? 탄소 가격제(Carbon Pricing)를 구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메커니즘이 왜 생겨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다.

 

시민들의 적절한 이해와 윤리의식이 바탕 되어 있지 않다면, 언제든 탄소 가격제는 후퇴할 수 있다.

 

돈보다 확실한 것은 시민의 의식이다. 돈이 시민의 의식, 행동을 이끌 수 있지만, 그렇게 성립된 개념은 돈이 사라지면 다시 흩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다시 돈이 향하는 곳을 좇을 것이다. 결국 환경, 탄소에 돈을 붙이는 것은 비단 모든 환경 행동의 정답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비용으로 환산해서 이해시키려는 것. 적절한 설득, 이해 없이 가시적인 결과만을 얻고자 함이 아닌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환경, 탄소와 경제에 대한 시민 의식, 공감을 확대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싶다. 

 

 

【 청년서포터즈 5기 임지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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