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 단상(斷想)] 의정갈등 장기화에...휘청이는 종합병원

등록 2024.05.07 09:02:49 수정 2024.05.07 09:16:46
전화수 기자 aimhigh21c@youthdaily.co.kr

 

【 청년일보 】 의정 갈등에 따른 전공의 사직 장기화에 대학병원들의 경영난이 악화일로에 놓였다. 

 

상급종합병원인 경희대병원을 산하에 둔 경희의료원이 내달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희망퇴직 시행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수련 병원의 문제점에 대한 글도 다시 회자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오주형 경희의료원장 겸 경희대학교병원장은 지난달 30일 '경희의료원 교직원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최근의 의정갈등 상황에 대해 "의료기관들은 재난과 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저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원 또한 지난 3월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로 자금 대책들을 실행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억 단위의 적자 발생으로 누적 손실 폭이 커지며 개원 53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으로 의료원의 존폐 가능성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처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박단 당시 비대위원장은 자신의SNS계정에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라는 내용의 한 일간지 기사를 발췌해 적었다.

 

이른바 '착취사슬의 중간 관리자'라는 다소 공격적인 표현에 대한 인용에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의 장기 이탈에 따른 의료 체계 전환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병원이 국가로부터 수련비용을 받고 전공의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출발점이다.

 

의대 증원에서 촉발된 의정갈등 상황이 장기화된 시점에 의료계의 인력양성과 운용에 대한 구조적 전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사안이란 해석이다. 전공의들의 수련을 전제로 의료 현장에서 이뤄진 불공정한 인적자원 운용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들은 고질적인 저수가 체계에서 수익 창출을 위해 전문의 대신 전공의의 최저임금 수준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서비스의 대가인 국내 의료 수가는 원가의 70~80% 수준으로, 원가도 보전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열악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은 수술·입원·응급실 환자 등을 돌보며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해왔다는 지적이다.

 

결국 박 비대위원장의 지적은 상급종합병원의 인턴과 레지던트라는 전공의 중심의 기형적인 인력 구조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병상 확대 속에 정부의 정책이 대학병원의 경영난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고착화 시켰다 것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수도권의 대학 병원들은 2028년까지 수도권 인근에 경쟁적으로 분원을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전공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기이한 인력 구조를 바꿀 계획은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 이르도록 의료 체계의 상업화, 시장화를 방치해온 국가의 책임이 지대하다"고 밝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중증·응급 환자 수술과 치료가 대부분 이뤄지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전공의는 전체 의사의 37.8%에 달한다. 특히 '빅5' 병원의 경우 약 40%에 달한다.

 

고질적 저수가 체계에 수익 창출 도구로 전락한 전공의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당한 노동력에 대한 평가와 국내 의료 수가 개정, 전공의들의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라는 현실 등 문제는 의대 정원 증원 프레임에서 비롯된 갈등상황의 고착화에서 벗어나 의료 구조 개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의정갈등을 계기로 전공의 문제로 떠오른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개편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들여다 봐야할 시점이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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