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를 엿볼 수 있어요"...문전성시 이루는 '다크 투어리즘'

등록 2024.05.12 08:00:00 수정 2024.05.12 08:00:14
권하영 기자 gwon27@youthdaily.co.kr

역사적인 재난지역·범죄 현장·전쟁터 등 방문하는 관광 '다크투어리즘' 관심 증폭
아우슈비츠 수용소 견학 등 당시 역사적 상황 이해…흑역사 재발방지 교훈도 습득
국내서도 '다크 투어리즘' 육성·확장 움직임…"체험프로그램 강화해야"

 

【 청년일보 】 최근 관광산업업계에서 '다크 투어리즘'이 주목받고 있다. 다크 투어리즘은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 또는 그리프 투어리즘(Grief Tourism)이라고도 하며, 우리말로는 '역사교훈여행'이라고 불린다.


다크 투어리즘은 역사적으로나 현대적인 재난지역, 범죄 현장, 전쟁터 등과 같은 곳을 방문하는 관광으로, 인간의 잔인한 행동이나 비인도적인 사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교훈을 얻기 위한 게 주된 목적이다.


해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다.

 

이곳은 현재 박물관으로 변모해 방문객들에게 생체실험실, 처형대, 고문실, 화장터, 가스실 등과 함께 희생자들의 유물인 신발, 옷가지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수감번호·성명·생년월일·직업·수용소 입소날짜와 사망일의 정보가 기록된 아우슈비츠 입소증명사진까지 전시돼 있다.


이 외에도 미국대폭발테러사건(9·11테러)이 발생했던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인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약 200만명의 양민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유적지 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국내에는 한국전쟁의 비극적인 역사를 담은 제주4·3평화공원을 비롯해 국립5·18민주묘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이 있다.


제주4·3평화공원은 한국전쟁 전후로 발생한 제주4·3사건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공원으로, 제주도에 위치해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948년 4월 3일부터 약 6년간 이어진 한국의 민중항쟁 중 하나로, 제주도에서 발생한 반군진압 작전으로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공원 내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비와 역사적 사실을 전시하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5·18 기념공원은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역사적인 장소로, 지난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 새벽까지 열흘 동안 이어진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묘지다. 이곳은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의 기억과 희생자들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지정된 장소로, 5·18자료실과 5·18기념문화관·5·18민주화운동학생기념탑 등이 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서울특별시에 위치한 박물관으로, 일제강점기 식민 지배에 맞섰던 많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갇혔던 곳이다. 해방 후에는 독재와 군사 정권에 저항했던 민주화 운동가들이 갇혔던 역사의 현장으로 항일독립운동가와 관련된 유물과 일제 검찰이 수감자들을 취조했던 공간, 생존 애국 지사의 육성 증언, 사형장 지하 시신 수습실 모형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러한 다크 투어리즘은 단순히 과거에 잔인한 행동이나 비인도적인 사건이 발생했던 장소를 방문하는 것을 넘어서 역사에 대한 유의미한 태도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이를 확장하려는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의회는 올해 초 다크 투어리즘과 관련한 사항을 심의·자문하는 '경기도 다크 투어리즘 육성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광주관광공사는 지난해 제정된 '광주광역시 다크 투어리즘 육성 지원조례'에 따라 5‧18유산을 역사관광 콘텐츠로 확장하고, 이달 시민과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행 속에서 제주4·3을 비롯한 제주의 역사를 알리고 있는 단체 '제주다크투어'는 제주4·3평화공원과 토벌대들이 묻혀있는 남원 충혼묘지, 그리고 '다이너마이트 사건'으로 집단 총살당했던 우뭇개동산 등 다양한 다크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여행사에서도 다크 투어리즘과 관련된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온누리 여행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및 항일유적지 탐방,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원폭 투하지점 등 역사 탐방 등 다양한 다크 투어리즘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콘텐츠학회는 '다크 투어리즘 방문동기가 진정성, 감정, 만족 및 태도변화에 미치는 영향: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중심으로' 논문을 통해 "다크 투어리즘의 역사성은 진정성과 감정을 통해 역사에 대한 태도변화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역사의 현장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체험프로그램 강화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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