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고용 가로막는 상속세의 굴레··재계 ”尹 정부, 개편 논의 시급"

등록 2022.05.17 08:00:00 수정 2022.05.17 12:04:27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韓 상속세율, OECD 최고 수준···기업 사이에선 불안정한 요소 ‘봇물’
캐나다,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상속세 폐지"
징벌적 상속세 후폭풍 삼성전자···역대 최대 규모 12조원 상속세 납부
과도한 稅 부담으로 가업 승계 포기 빈번···’쓰리세븐’ 지분 전부 매각
전문가 “과도한 상속세로 기업 활동 위축, 투자→고용→성장 정체될 것”

 

【청년일보】 ‘친기업’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가 재계 안팎으로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문재인 前 대통령의 최대 실정(失政)으로 손꼽히는 각종 기업 규제 남발로 기업인들 사이에선 경직된 투자와 고용 후폭풍이 기정사실화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차기 정부 출범 즉시 약 80여개 대표적 규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친기업·기업규제 완화’를 대선 당시부터 적극적으로 공약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재계들은 오랜 숙원이었던 상속세 폐지·완화도 거듭 주장했던 만큼 윤 정부가 이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지에 대한 관심도 크게 모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은 국내 기업들로 하여금 매우 불안정한 요소 중 하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일본(55%)같은 경우 명목 세율 기준으로 보면 가장 높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를 적용하면 최고 세율이 무려 60%에 달한다.

 

실제로 OECD 36개 회원국 중 13개국들이 상속세를 폐지 또는 미시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합리한 조세는 자칫 경제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으로 포르투갈과 슬로바키아는 2004년, 스웨덴 2005년, 러시아 2006년, 오스트리아 2008년, 체코 2014년 등이 잇따라 상속세 없는 국가’를 선언하기도 했다.

 

캐나다,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승계취득가액 과세)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자본이득세란 상속 시 과세하지 않고, 상속받은 자산을 추후 유상으로 처분할 때 사망자와 상속인 보유기간 동안의 자본이득을 합산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한편,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천문학적인 상속세 납부 부담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지난 2020년 작고한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산과 관련해 삼성이 역대 최대 규모인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지난 3월, 삼성SDS 지분 3.9% 매각해 1900여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도 같은달 삼성전자 지분 0.33%를 처분해 현금 1조3720억원을 마련했다.

 

물론 부담은 되지만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의 경우 그나마 중견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편이다. 중견업체의 경우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손톱깎이 세계 1위 업체였던 ‘쓰리세븐’의 경우 지난 2008년 150억원의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오너일가가 지분을 중외홀딩스에 전량매각하며 적자기업으로 전락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콘돔 생산업체 1위였던 ‘유니더스’도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201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다. 이밖에 밀폐용기 제조업체인 ‘락앤락’ 역시 상속세 부담을 고려해 2017년 말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20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발간한 ‘기업승계시 과도한 상속세 부과의 문제점’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기업승계 시 징벌적인 상속세 부담으로 상속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 역시 불투명해져 기업가 정신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보고서를 발간한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승계 시 조세장벽을 발생시키고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로 인해서 상속세율이 60%까지 적용될 수 있는 점은 더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라면서 “상속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하게 해서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업승계 시 ‘징벌적 상속세’라는 장애요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상속세율을 인하하고 추후 기업승계에 한정해 자본이득과세가 도입된다면 기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의 활성화 및 대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선순환을 위해 우선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율(50%)을 OECD 회원국 평균인 25%까지 인하하고 최대주주할증과세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이미 주식가격에 포함돼 있어 실질과세원칙에 위배되므로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간 재계는 법인세를 포함한 많은 세금을 꾸준히 납부하는 데도 불구하고 상속세까지 과도하게 부과하는 것은 향후 기업들의 행보에도 악영향을 초래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OECD 주요 국가들 중 최고수준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 경영권과 근간이 흔들린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과 오너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적잖은 지적도 나온다. 결국 상속세로 인한 기업 경영활동의 위축으로 자연스럽게 투자와 고용이 다소 정체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50%지만 대주주 할증과세를 적용하면 최고 60%로 OECD 국가들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라고 꼬집으며 “이러한 과도한 상속세 납부 규제는 투자와 고용 견인, 경제 첨병 역할을 하는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에 부담이 전가되고 종국엔 청년 일자리, 경제 성장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에선 얽힌 규제 실타리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투자→고용→경제성장이라는 선순환을 구축하기 위해선 상속세 개편 논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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