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출판문화와 디지털 콘텐츠 퍼블리싱

등록 2022.06.29 08:00:00 수정 2022.06.29 08:00:05
권오현

 

【 청년일보 】 출판(出版)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판(책)을 내보낸다는 뜻이다. 출판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을 때는 책이 판목(版木) 형태였을 것이고, 이것이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였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이 판이 종이책, 나아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했다.


디지털 시대인 지금 출판의 개념은 퍼블리싱(publishing)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퍼블리싱은 ‘대중에게 발표하는 것, 공표하는 것’이라는 뜻이 있다. 즉 퍼블리싱은 책으로 출판하는 것을 넘어 인터넷에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들을 제작하는 것을 ‘디지털 콘텐츠 퍼블리싱’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 퍼블리싱은 인그타그램, 블로그, 브런치, 유튜브, 웹소설 플랫폼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다. 편집, 제작, 유통, 공유가 통합되기 어려웠던 과거 출판과 다르다. 현재는 다양한 퍼블리싱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쉽게 자신의 콘텐츠를 편집할 수 있다. 또한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콘텐츠를 전달하고, 자신이 독자가 되어 ‘좋아요’ 등으로 호응을 할 수 있으며, 댓글로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지금 출판문화는 다음 같은 양상을 보인다. 우선, 과거 작가라는 이름의 권위가 허물어졌다. 등단해야 작가가 되지 않는다. 이제 누구나 의지가 있으면 디지털 퍼블리싱 플랫폼에서 작가가 될 수 있다. 둘째, 다양한 개인 퍼블리싱 방법이 있다. 개인이 콘텐츠를 ‘출간’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셋째,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의 넘나듦이 자유롭다. 가령 블로그 콘텐츠가 종이책으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 철학자 빌렘 플루서(Vilém Flusser)는 현대를 ‘기술적 형상’의 시대로 진단한다. 기술적 형상이란 기술로 구현된 이미지들을 뜻한다. 쉽게 현재 우리가 스마트폰 화면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플루서는 기술적 형상 시대에 중요한 것은 ‘기술적 상상’이라고 말한다. 플루서의 ‘상상’이란 미디어를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이용하는 ‘창조적 상상’을 뜻한다. 디지털 퍼블리싱 플랫폼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것 역시 기술적 상상을 발휘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규정된 출판은 무너진 지 오래다. 디지털 콘텐츠 퍼블리싱이 출판문화에 또 다른 길을 열었다. 판은 마련되어 있다. 필요한 건 자신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창조적 상상에 있다

 

 

글 / 권오현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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