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룡포털' 네이버 무리한 요구에...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내년 출범 '좌초위기'

등록 2023.10.10 08:00:00 수정 2023.10.10 08:00:04
김두환 기자 kdh7777@youthdaily.co.kr

보험업계-플랫폼업계, 보험사 계약 정보 제공 방식 두고 '표준API'로 합의
네이버, 보험업계에 과다한 정보 요구 '마찰' ...공동업무협약(MOU)도 연기
보험업계 "서두를 필요 없다"는 반응 속 내년 초 시행 연기 가능성 '점증'

 

【 청년일보 】 각 보험회사들의 상품을 비교 평가해주는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당초 내년 초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보험업계와 플랫폼업계가 정보공유 범위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시행 시기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는 자동차보험을 비롯해 여행자보험, 실손의료보험 등 여러 보험사들의 상품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번에 비교해 보험가입까지 가능하도록 한 서비스다.

 

최근 보험업계와 플랫폼업계는 '표준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데이터와 시스템 연동방식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공룡기업인 네이버측이 보험사들에게 계약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자, 보험업계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당초 내년 초에 시행될 예정이던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좌초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내년 초 서비스 시행을 위해서는 지난 9월 중순까지는 양측간 모든 합의가 이뤄지고 후속조치로 시스템 개발 등 관련 작업에 착수했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10일 보험업계 및 플랫폼업계 등에 따르면 보험사와 핀테크업체 등은 최근 보험사가 플렛폼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표준API'를 도입하기로 합의하고, 세부내용을 두고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API(전산망·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는 금융사(데이터 제공자)와 플랫폼 프로그램이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는 방법과 그 규격을 말하는 것으로, 방식과 유형에 따라 '표준(통합)·공통·개별API'로 분류된다. 표준API가 정보통신 규격을 하나로 통일화한 것이라면, 개별API 방식은 회사별로 다른 정보 전송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합의된 표준API는 보험료, 특약 등 정보의 종류와 개수 등을 하나로 통합해 두고, 핀테크사가 이를 요청하면 보험사가 이 값을 그대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중소형 보험사나 핀테크사가 개별API를 구축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공룡기업인 네이버측이 보험사들에게 개별API 수준의 무리한 계약정보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측은 표준화된 정보만으론 복잡한 특약을 두루 따져 개인에게 적합한 맞춤형 상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서, 서비스 차별성과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보험사들에 모든 계약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보험업계와 플랫폼업계는 9월 말 추석명절 이전에 '공동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로 했지만, 공룡포털인 네이버의 무리한 압박으로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금융위원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초 서비스 출범에 앞서 보험회사와 플랫폼간 전산개발, 제휴 등 서비스의 원활한 준비와 운영이 가능하도록 참여 보험사와 플랫폼간 MOU를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보험료의 정확성과 고객CS 등을 빌미로 거의 모든 계약정보를 요구하고 잇다"며, "양 업계가 표준API를 채택하기로 상호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양해각서에 '보험사와 플랫폼간 별도 협의를 통해 개별API도 채택할 수 있다'는 문구를 포함하자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초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보험사들이 네이버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보험사로는 급할 게 하나도 없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플랫폼업계 관계자도 보험사와 플랫폼 기업간 공동업무협약(MOU) 체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플랫폼업계도 덩치가 큰 네이버, 카카오, 토스 중심으로 업계의견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보험정보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플랫폼 기업도 정해진 일정에 맞춰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도록 보험업계와 원만한 타협점 도출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온라인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이번 서비스에는 네이버, 카카오, 토스, 뱅크샐러드, 에스케이플래닛, NHN페이코, 쿠콘, 핀다, 핀크, 해빗팩토리, 헥토데이터 등 11개 핀테크 업체가 참여한다. 담보구성이 표준화돼 있고 온라인 판매비중이 높은 단기보험(여행자·화재보험 등),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저축성보험(연금제외), 펫보험, 신용보험 등에 실시된다.

 

보험업계와 플랫폼업계는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과정에서 수 차례 의견충돌을 보여왔다. 초창기에는 보험업계가 플랫폼 기업에 지급할 수수료를 놓고 양측이 맞서 왔다. 이어 플랫폼에 탑재될 보험상품군 중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을 넣을지 말지도 쟁점 중 하나였지만 결국 포함하는 쪽으로 일단락됐다.

 

이처럼 보험업계와 플랫폼업체들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이유는 결국 양측의 주도권 싸움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보험업계는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가입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 자칫 빅테크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금융산업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는 빅테크 업체들은 금융사로부터 최대한의 고객정보와 시장지위를 가져오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양측은 1년여 가까이 이어진 논의 끝에 합의점을 찾고 서비스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네이버측의 무리한 정보 요구로 인한 마찰이 불거지면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이 다소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양 업계가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보험업계와 플랫폼업계가 자율적으로 의견조율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서로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서로 맞춰가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는 내년 1월 19일 시행될 예정이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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