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국내 금융업계내 주요 유관기관들이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발목이 잡혀 기관장 및 고위급 내부 임원에 대한 인사 단행을 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의 연임도 아닌 기존 기관장이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이른바 대행체제로 전환돼 운영되는 어쩡쩡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임원 공석 사태까지 야기되는 등 비정상적인(?)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23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은행권의 주요 유관기관인 한국금융연수원은 지난 4월 10일 서태종 원장의 임기가 만료됐으나 후임 원장을 정하지 못해 서 원장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융연수원은 서 원장의 임기가 만료된 지 한달 이상 지났으나 현재까지도 후임 원장 인선 작업을 개시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서 원장의 후임에 김준수 현 금융감독원 부원장의 이동설이 나돌았으나,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선거캠프에 합류해 활동했던 일부 교수들(폴리폐셔)의 이동 등 논공행상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그야말로 깜깜이 상황이다.
증권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증권업계 주요 유관기관인 한국증권금융은 현 윤창호 사장의 임기가 지난 3월말 만료됐으나, 금융연수원과 마찬가지로 후임 인선 작업조차 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증권금융 역시 후임 사장 인선 작업을 개시조차 못한 상황이나, 김정각 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보험업계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우선 보험연수원의 경우 지난 1월 현 민병두 원장의 임기가 만료된 지 4개월이 지났음에도 이렇다할 후임 인선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보험연수원의 부원장직 역시 지난해 3월 고봉중 부원장이 퇴임한 후 무려 1년 3개월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공석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임기 만료된 민 원장의 후임 인선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여파로 부원장 인선 역시 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인 민 원장의 후임에는 또 정치권 인사의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현 국민의 힘 소속의 김 모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태다. 또한 후임 부원장에는 지난 2월말 퇴임한 김홍중 생명보험협회 수석 상무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지지를 받아 내부 승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의 정책과 제도 등을 대변하는 주요 유관기관인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협회의 경우 2인자 자리인 전무이사 후임 인선 작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재 후임 인사 개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 인사들의 하마평만 무성한 상황이다.
더욱이 후임 인선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연임 추진이 불발된 손해보험협회의 김대현 전무가 결국 지난주 퇴임하면서 급기야 공석 사태까지 야기됐다.
손해보험협회의 경우 후임 회장 인선작업이 지연돼 회장직이 공석이 경우는 있었지만 전무자리가 공석이 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김 전무의 업무는 김지훈 선임 상무가 겸직해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김 전무는 이미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비상임 이사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는 6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제동 생명보험협회 전무의 후임 인선도 안갯속이다.
업계 일각에 따르면 김 전무의 경우 연임을 한 차례 한 바 있어 오는 6월 퇴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현재 임기가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후임 인선 역시 임기가 만료되기 전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재 양 협회 후임 전무에는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장 출신인 이창욱 김앤장 고문과 생명보험검사국장 출신인 오홍주 김앤장 고문, 그리고 김준 현 금융위 의사운영정보팀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 한 임원은 “현재 임기 만료되거나 임기 만료 직전이 유관기관장 및 고위급 임원에 대한 후임 인선작업이 올스톱 된 채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손해보험협회의 경우 김대현 전무가 퇴임해 공석이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임기만료 된 기관장 또는 임원의 후임을 확정해 원활하게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인사권을 꽉 쥐고 있는 정부는 요지부동"이라며 "언제 인선작업이 이뤄질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금융권내 유관기관의 1인자인 회장 또는 사장 그리고 2인자인 전무이사에 대한 인사권은 실질적으로 금융당국이 행사하고 있다는게 정설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인선 개시 방침이 없으면 후임 인선작업을 진행조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특정한 인물들이 대거 낙하산 인사로 내정하는 기존 관행이 깨지지 않는 한 인선 지연 사태는 향후에도 적잖게 발생하게 될 것이란게 중론이다.
금융권 한 임원은 “통상적으로 금융당국의 인선 개시 방침이 나와야 후임자 인선 일정을 잡고 선임 작업이 개시된다”면서 “현 정부 들어 과거에 비해 대통령실이 인사권을 완전 쥐고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당국 역시 용산 대통령실의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위 출신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금융위 역시 대변인을 내정해 놓고도 대통령실의 재가를 득하기까지 장기간 인사를 보류한 상황도 연출된 바 있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간 유관기관 역시 주요 인사 인선작업이 지연되면서 업무 공백이 발생하고 있고, 연임 불가한 사람들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등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 청년일보= 김두환 / 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