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지난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 정권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일본 정계가 심각한 변혁의 시기에 돌입했다.
28일 교도통신과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은 191석, 공명당은 24석을 차지해 총 215석에 그치며 과반(233석)을 넘지 못했다. 이는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여당이 중의원 과반을 잃는 상황으로, 일본의 정치 지형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작년 말 불거진 비자금 스캔들과 고물가 속 임금 하락 등의 여파로 민심 이반을 피할 수 없었다. 선거 전 자민당과 공명당의 합산 의석은 279석에 달했으나, 이번 총선에서 64석을 잃는 큰 타격을 입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자민당의 스캔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기존 98석에서 148석으로 급성장했고, 국민민주당도 7석에서 28석으로 세를 확장하며 여당의 공고한 지배 구조에 균열을 일으켰다.
한편, 보수 성향의 일본유신회는 44석에서 38석으로 의석을 줄였으나, 입헌민주당의 선전은 제1야당이 전체 의석의 30% 이상을 확보한 2003년 이후 최초의 기록적인 결과로 평가된다. 야당의 약진 속 자민당의 헌법 개정 추진 또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개헌 추진에 필요한 의석 수인 3분의 2(310석)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개헌 논의가 후퇴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1일 취임 직후 중의원을 해산하며 조기 총선을 강행했지만, 선거 결과는 자충수가 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의 리더십에 대한 책임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국 불안이 예상된다.
이시바 총리는 개표 중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립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당내와 외부 모두 그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정치 개혁을 위해 다른 정당과 성의 있는 대화를 시작하겠다"며 향후 야권 연대를 시사했다. 다만, 많은 지역구에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실패한 터라 정권 교체 가능성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노다 대표는 특별국회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목표로 장기적인 연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제1당 지위를 유지한 자민당은 무소속 의원 영입이나 일부 야당과의 연대를 통해 의석 과반을 겨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은 선거 전부터 자민당과의 연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여당의 연립 확대 구상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