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도널드 트럼프 前 미국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며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된 가운데, 국내 배터리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위원회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논의 중이란 해외 보도가 전해지면서 배터리업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여파로 공장 가동률이 급락한 상황에서 '트럼프 2.0 시대' 정책으로 전기차 수요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수심도 깊어지고 있다.
20일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 여파로 공장 가동률이 일제히 하락했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올 3분기 국내외 사업장 평균 가동률이 59.8%로, 전년 동기(72.9%) 대비 13.1%p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공장 가동률은 같은 기간 46.2%로, 전년 동기(94.9%)보다 50%p 가까이 급락했다. 여기에 삼성SDI 소형전지 가동률도 3분기 68%로, 같은 기간(77%) 대비 9%p 감소한 수준이다.
이와 같이 공장 가동률이 일제히 급락한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전기차 수요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보도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IRA에 근거한 최대 7천500달러(한화 약 1천40만원) 규모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선거 기간 내 IRA에 날선 비판을 제기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끝내겠다고 거듭 공약한 바 있다.
IRA는 지난 2022년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으로,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 등에 미 당국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현대차 등 완성차 기업과 K-배터리 업체들은 이같은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대미 투자를 늘렸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보조금 지급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또 만약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현실화 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해야 한다. 이 경우 가격 상승으로 수요 심리가 위축돼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공언했지만 공장 설립 지역이 공화당 지역구에 집중돼 있어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 공장들이 대부분 공화당이 집권한 주에 위치해 있어, 상당수 의원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IRA 폐지 대신 보조금 규모가 축소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해 둬야 하며, 국내 기업들로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캐즘 악재로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는 등 배터리업계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생존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