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인한 여야 정치권의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다.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정 선고기일이 다가오면서 지난 주말에는 여야 의원들이 저마다 장외 집회에 참석해 여론전에 몰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장외 여론전으로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같이 혼란스러운 정국을 안정화시키고 국민 통합을 우선시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편 가르기에 앞장서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건 이러한 여야의 극심한 정쟁 속에 한국경제는 사실상 후순위로 밀려난 부분이다.
앞서 한 해외 연구기관은 정치 불안으로 인한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설상가상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폭탄' 쇼크까지 겹치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0%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1.0%로 낮춰 잡았다. 이는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1.6%)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이후 동맹국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지 않고 철강·알루미늄, 자동차·반도체 등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하면서 우리 경제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발 관세폭탄이 터지자 각국 정상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며 협상에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국정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관세 폭탄이 철강,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으로 확대되면서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국회가 하루 빨리 정부, 경제계와의 '원팀'을 구성해 촘촘한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데도, 국내 정치 상황에만 매몰돼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경제단체 '맏형'격인 한국경제인협회 수장 류진 회장(풍산그룹 회장)은 지금의 한국경제가 벼랑 끝에 서있다고 우려하며 국회가 '서포트' 역할을 해달라고 시사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한 제64회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연임을 확정한 류 회장은 취임사에서 "올해 신년사에서 한국이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에 서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더 솔직한 표현은 '갈림길'이 아니라 '벼랑 끝'"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첨단산업 육성법안들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정치적 갈등이 국민통합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 국민의 단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장률 추락에 트럼프발 관세 조치 등 우여곡절이 연속 거듭되는 상황 속에서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오월동주는 원수지간인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타고 풍랑을 만났을 때 서로 협력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다. 즉, 대립 관계에 있는 두 주체가 상황적 필요에 의해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나타낸다.
경제단체 수장의 말처럼 한국경제는 지금 가파른 벼랑 위에 섰다.
탄핵 정국 장기화로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에서 니편 내편 기싸움을 벌이는 것보다는 경제를 활성화할 실질적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