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1월 29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대전공장에서 집회를 가졌다.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동조합]](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623/art_17490561597235_4a1134.jpg)
타이어 업계 호황을 등에 업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던 국내 1위 타이어 제조사 ‘한국타이어’가 리더십 부재로 글로벌 경영에 빨간불이 커졌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선고가 내려지면서 지난 5월 29일 법정구속됐기 때문이다. 타이어를 포함해 열관리 솔루션 기업인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서 국내 재계 30대 그룹에 진입한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최근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공장 건설에 3조5천여억원을 투자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조현범 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실형 선고는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조 회장의 구속으로 경영 공백을 메울 조직 구성과 사업 확장, 해외 투자 및 신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주요 의사결정 속도도 늦춰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 회장이 법정구속된 상태에서 항소심과 상고심을 이어간다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최소 3~4년 이상 최고경영자가 부재한 상태로 경영을 이어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조현범 회장,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법정구속…리더십 부재 ‘설상가상’
(中) 조양래 명예회장, 경영권 상속 분쟁 중 ‘정신감정 불명예’
(下) 한국타이어 노조 파업·공장 화재 피해 악재 ‘첩첩산중’
【 청년일보 】 한국타이어는 노조 파업과 공장 화재 등 생산 현장의 연이은 악재에 시달렸다.
대표적인 생산 거점인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줄곧 이러한 악재로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2021년에는 노조 총파업이 일어나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셧다운’이 장기화되며 사측에 손실을 가져다줬으며, 2023년에는 대전공장 화재로 타이어 21만여개가 소실되고 인근 지역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환경과 일상에서의 피해를 야기시켰다.
◆ 한국타이어 노조 총파업·휴업…공장 셧다운 장기화 ‘악재’
한국타이어는 지난 2021년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결렬로 총파업에 나서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셧다운이 장기화됐다.
당시 사측은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는 것과 때를 같이 해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대신 같은 해 11월 24일 오전 6시부터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 휴업 조치를 내리고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그간 타이어 업계는 ▲운송 대란 ▲고무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반덤핑 과세 ▲반도체 공급난 신차 출고 지연 등 악재에 짓눌려 있었다.
타이어는 큰 부피 때문에 컨테이너선으로만 운반이 가능하다. 타이어는 해운사에서 선호하지 않는 품목이어서 적체 현상이 커져 재고를 쌓아두는 편이었다.
한국타이어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생산하면서 재고를 늘릴 필요도 없었을 뿐더러 당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발생으로 악재가 심해진 상황이었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생산 공장을 대전과 금산에 두고 있다.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은 국내 타이어 제품의 최대 수출 지역으로 해운 물류의 중요성이 컸다.
당시 한국타이어는 임단협 관련 파업이라고 공시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글로벌 선복 부족에 따른 생산 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선복은 화물을 싣도록 구획된 장소로 화주에게 해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적화 장소를 말한다.
한국타이어는 한국노총(제1노조)과 민주노총(제2노조) 두 개의 노조가 있지만, 임단협은 제1노조인 한국노총과 진행했다. 당시 한국타이어 민주노총 노조는 임단협 대상은 아니었지만 파업에 동참했다.
지난 2021년 11월 24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는 한국노총 소속 3천300여명과 민주노총 소속 8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같은 해 8월부터 8차례에 걸쳐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지만, 임금인상률을 놓고 노조는 10.6%를, 사측은 5% 인상과 성과급 500만원을 제시해 이견을 좁히는데 실피했다.
해외 경제 상황도 녹록치 않아 2021년 6월에는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타이어에 반덤핑 관세율 27.1%를 부과했다.
이는 한국타이어가 유럽 시장 내 타이어 가격을 인상하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2022년 1월에는 최대 7%까지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의 내부 갈등도 심각했다. 지난 2020년 6월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지주회사의 지분 23.59% 전량을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에게 넘긴 이후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조현범 씨의 누나 조희경, 조희원씨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지난 2023년 3월 12~15일 대전 대덕구 목상동에 있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623/art_1749319612641_5cfaa7.png)
◆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58시간 만에 완전 진화…“타이어 21만여개 불에 타”
지난 2023년 대전 대덕구 목상동에 있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 불은 3월 15일 오전 8시경 화재 발생 58시간 만에 완전 진화됐다.
2023년 3월 13일 대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께 대전 대덕구 목상동에서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에 대한 초진이 완료됐다.
불은 3월 12일 오후 10시 9분께 발생했으며,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이후 13시간여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
소방당국은 한국타이어 관계자로부터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 받은 후 약 8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이후 17분여만에는 대응 2단계로 상향 조치했다.
이어 이날 오전 2시 10분에는 대응 3단계까지 발령하고 충남·북, 세종, 중앙구조대 등에 총동원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해가 뜨자 헬기 9대를 투입하고 장비 158대와 인력 750명을 동원해 오전 11시께 초진을 마쳤다. 이에 발령된 대응 3단계는 2단계로 하향했다.
이 불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제2공장 8만6천769㎡가 연소됐다. 11명은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타이어 21만여개가 불에 타면서 발생한 연기가 인근 아파트 단지까지 번져 한때 주민 대피 안내 방송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타이어 공장은 지난 2002년 3월 11일 금산, 2006년 2월 3일 대전, 2010년 4월 19일 금산, 2014년 9월 30일 대전에 이어 2023년 3월 12일 대전 공장에서 불이 나 2000년 이후 총 다섯 번의 화재 피해를 입었다.
특히 대전 공장의 경우 2006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사측은 공장 전체에 대해 KB손해보험 등 4개 보험사에 책임 보험을 가입해 두었다고 밝혔다.
화재 사고로 타이어가 연소하며 발생한 유독가스로 인해 신탄진 권역은 시청에서 외출 자제를 권고했을 만큼 타이어 타는 냄새와 분진이 집 안까지 들어와 대피소로 대피한 시민들이 있을 정도였다.
지난 2014년 대전 목상동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때보다 금강 엑슬루타워로 바람이 많이 불어 유독가스 유입이 심각해 주민 대피가 이뤄졌고, 인근 체육관에도 대피소가 마련됐다.
또 공장 바로 앞에 있는 금강 엑슬루타워 아파트 화단에 불이 옮겨 붙었지만 아파트 직원들에 의해 진화됐고, 아파트 바로 옆 금강 로하스 생태 공원에도 불이 붙어 소방관들이 출동해 진화했다.
이 화재로 인해 지난 2023년 3월 12일 심야 및 13일 새벽 시간대 KTX와 SRT가 일부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또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서측에 맞닿아 있는 CJ대한통운의 대전 허브 터미널이 이 사고의 여파로 불이 옮겨 붙으면서 3월 13일부터 조업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은 배송 물량이 인근의 청원 허브 터미널과 옥천 허브 터미널에서 대체 처리하게 되면서 배송불가 처리되지는 않았지만 배송이 지연됐다.
신탄진 지역 학교도 등교에 차질을 빚었다. 정상 등교한 학교들도 야외 활동은 전면 취소하고 교내에 공기 청정기를 가동해 수업을 진행했다.
아파트 단지 외에도 인근 상점과 편의점, 식당과 농가에도 시커먼 분진과 그을음이 묻어 나왔다. 매캐한 냄새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고 팔아야 할 상품은 시커먼 가루를 뒤집어 써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잔불 정리를 위해 쉴새없이 물대포가 뿌려지면서 타고 남은 타이어와 건물 잔해가 섞인 유독물질 등이 공장 밖 우수관로를 따라 흘러 상당량의 폐수가 인근 덕암천과 금강으로 유입됐다.
대전시와 한국타이어 측은 추가적으로 하수관로에서 넘칠 수 있는 폐수를 보관할 25톤 탱크로리 차량을 투입했다. 하천 주변에도 방제 펜스 등 차단막을 설치한 뒤 공무원 20여명이 투입돼 11시간 동안 방제 작업을 펼쳤으나 이미 폐수가 유입된 후였다.
화재 이튿날 진행된 소방 폐수에 대한 간이 검사 결과 수질의 오염 수준을 나타내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57.8로, 하천수 수질 환경 기준인 ‘매우 나쁨’ 수준인 11의 다섯 배로 나타났다.
당시 화재가 발생한 2공장의 직원 대부분이 사실상 강제 휴직 상태로 전환되면서 공장 정상화 시점이 분명치 않아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사고 당시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은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2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사고 발생 사흘 전 구속 수감됐기 때문이다.
【 청년일보=선호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