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판매기(화상투약기) 설치된 모습. [사진=쓰리알코리아 홈페이지 캡처]](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6/art_17572303501602_5e6dc9.jpg)
정부가 매년 설과 추석 등 명절이 찾아올 때마다 문 여는 병·의원과 약국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의료이용 불편 최소화를 위한 조치로, 포털과 모바일 어플, 콜센터 등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평일 낮 시간 대비 대폭 줄어든 약국 운영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는 심야시간대와 주말 및 공휴일일 때에도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반의약품 접근에 제약이 발생함에 따라 개선의 목소리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의료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은 편의점 상비약 확대와 화상투약기를 의약품 접근성 개선방안으로 제기하고 있으며, 약사들은 공공심야약국 등을 개선방안으로 밀고 있다. 청년일보는 의약품 접근성 개선 방안으로 제시된 방안들을 조명하고 환자·소비자와 약국가, 의료산업계의 입장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13년 맞이한 ‘편의점 상비약’…소비자·편의점 “품목 확대” vs 약사회 “폐지”
(中) 원격상담 후 구매 ‘화상투약기’…약사 “실효성 미흡” vs 산업계 “공익 차원”
(下) 접근성 개선 ‘공공약국’…약사 “사각지대 해소” vs 산업·환자 “실효성 의문”
【 청년일보 】 상비약을 비롯한 일반의약품 접근성 개선을 위해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판매기(화상투약기)’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22년 6월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받은 해당 사업은 현재 9대가 운영 중이다.
일반의약품 스마트 화상판매기는 약국 앞 의약품 화상 판매기를 통해 약사와 화상통화로 상담·복약지도 후 일반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 판매기다.
하지만 화상투약기 사업은 대한약사회의 반대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의료산업계 일각에서는 약사회가 화상투약기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도 않은 채 반대만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화상투약기 취급 가능 약효군을 현행 11개에서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최근 10개 약효군 82개 품목을 추가 허용한다는 내용을 심도깊게 논의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내부 의견이 정리되지 않으면서 발표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는 지난 3월 판매 대상 약효군 확대를 통한 국민편익 증대 기대를 이유로 기업이 요청한 13개의 약효군 확대를 수용해줄 것을 규제개혁위원회에 권고한 바 있다.
또한 해당 사업의 실효성과 국민의 의료 접근권 보장을 위해 약국이 희소한 농촌 등 격오지에 약국 이외의 장소에 대한 화상투약기 설치를 허용해 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
◆ “화상투약기 실증 특례 철회 필요”…안전성·실효성·보안성 분야 ‘미흡’ 지적
한편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는 의약품 화상투약기 실증 특례 도입은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보건의료 전문가가 배제된 채, 산업계·법조계 측의 관계자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전문적 검토 없이 실증 특례가 부여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최초 규제 특례 부여 시 취급 가능한 의약품 기준을 품목이 아닌 약효군으로 설정해 4천925개 품목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과 현재 추가로 3천여 품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 약사면허 제도의 핵심사항인 환자 대면을 통해 진행되는 의약품 투약·판매·복약지도의 기본원칙 훼손을 비롯해 ▲기계 오작동·조작 오류 가능성 ▲개인정보 유출 ▲약사가 환자의 건강상태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정확한 판단이 곤란한 점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의 경우 신체·정신적 장애 등 개인 민감정보가 민간기업에 수집·보관돼 영리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외부 해킹 등으로 인한 유출, 가림막 미설치된 경우 주변 소음으로 인해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건강 관련 민감정보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설치약국이 상담약사의 인건비를 부담하는 경우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고, 화상투약기를 매개로 하는 광고행위를 할 수 없어 광고를 통한 손실 보전도 불가하며, 화상투약기 미설치 약국 중 화상투약기 인근 심야·휴일지킴이약국 경영에 대해 미칠 악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약사회는 화상투약기의 경우 법 적용에 예외를 주고 국가 예산이 지원됨에도 유의미한 실효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행정 낭비와 약업계의 혼란 방지를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 사업 자체를 정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 의료산업계 “약사회의 무조건 반대 움직임 문제”…보건복지부 비협조적인 태도도 ‘지적’
이 같은 약사회 입장에 대해 의료산업계에서는 약사회가 화상투약기를 ‘약 자판기’로만 생각하는 것 같으며, 실효성 등도 약사회의 조직적인 방해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상투약기는 상비약 등의 의약품 접근성 개선을 위해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제도 대안으로 개발된 제품으로, 심야시간을 중심으로 24시간 365일 약사의 도움을 받아 일반의약품 구매해 경증질환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화상투약기는 소비자가 화상통화로 약사와 상담하면 약사가 약을 추천하고, 추천한 약을 소비자가 결제한 뒤, 증상에 맞는 약을 확인 후 가져가는 시스템”이라면서 “일반 자판기와 달리 환자가 의약품을 선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약사가 상담을 통해 약을 선택하고, 카메라를 통해 판매된 환자와 약을 각각 확인하는 구조로 오남용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으며, 안내 없이 일반의약품을 건네주는 약국 사례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화상투약기가 더 안전한 구조”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설치 대수가 9대가 불과한 이유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약사회에서 무조건 반대를 하는 것을 넘어 참여 약사에게도 압력을 넣는 등 화상투약기 사업을 정리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약사회의 행동에 대해 비판했다.
화상투약기로 인해 약국 경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화상투약기는 오히려 약사 직능을 위해 개발된 기기로 바라보아야 하며, 실효성도 약국이 운영되지 않는 시간대에 공익 측면에서 기여하는 부분을 살필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호주와 달리 국토가 작고 약국 접근성이 높은 편이지만, 국내에도 접근성이 낮은 곳이 있다”면서 “이를 고려해 우리나라도 화상투약기 등과 같이 의약품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