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지난 6월 정부는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을 수요지 인근 생산·소비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법)이 본격 시행했다.
분산법은 대규모 발전소와 장거리 송전망 건설에 수반되는 사회적 갈등과 막대한 비용을 최소화하고, 지역 중심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 기후위기 대응의 법적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산업계와 환경단체 모두로 부터 '에너지 시스템의 혁신적인 전환'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법 시행 초기부터 실효성과 방향성을 두고 업계와 환경단체 간의 뚜렷한 '기대와 견제'가 교차하며, 향후 정부의 하위 법령 정비와 정책 추진 방향이 법의 성공적인 안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분산법의 핵심 목표인 분산 편익 보상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인센티브 및 의무 설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법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VPP와 지역별 요금제분산법은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전력 시스템을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고, 전력 자원의 분산화를 촉진하여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통합발전소(VPP) 도입, 지역별 요금제 및 지역별 한계 가격제(LMP)의 근거 마련, 그리고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등이 포함된다. 에너지 업계는 이 법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 높은 기대를 표하고 있다.
특히 VPP 제도는 소규모 태양광,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분산 자원을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 관리하여 하나의 발전소처럼 전력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수익원을 제공하고 전력 계통의 유연성을 높일 핵심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대규모 발전소 건설에 따른 낮은 주민 수용성과 사회적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고, 분산 자원을 활용한 안정적 전력 공급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경제성 담보 없는 '빛 좋은 개살구' 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전력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에너지 분산법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분산 편익에 대한 보상에 대한 정확인 로드맵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경제적 인센티브가 미흡해 투자 유인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 발전 사업자 관계자는 "법적 근거는 마련되었으나, 지역별 전기요금제나 LMP 도입이 지연되어 소극적으로 추진된다면, 분산에너지 사업의 경제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이대로라면 혁신적인 법 취지가 공염불에 그치고 기존 중앙집중식 시스템의 관성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 대상이 연간 20만 MWh 이상 전력 사용 신축 건축물 등으로 좁게 설정되어 있어, 실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 전력계통영향 평가가 신규 대규모 전력 소비 시설에 도입되었으나, 평가 기준과 절차가 불명확하여 사업자에게 불필요한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가중하고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불만이 업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에너지 분산법과 관련 환경단체에서는 재생에너지 순수성 확보와 시민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협회 소속 박 모 연구원은 "법의 목적이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에 있다면, 분산에너지의 정의와 관련 지원 정책을 순수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며 "현재의 모호한 정의는 화석연료 기반 시설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는 '그린 워싱'의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법적 근거가 마련된 에너지 신산업 및 전력 거래 제도가 대규모 발전사나 기존 사업자 위주로 운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 시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전력 사용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세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