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1044/art_17618068999938_997299.jpg) 
【 청년일보 】 김병주 MBK파트너스(이하 MBK)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자, 피해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홈플러스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실제 청산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는 김 회장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것과 달리, 김 회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환노위 국감에는 불참했다.
김 회장 측은 개별 투자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대신 환노위 국감에는 홈플러스 공동대표이자 회생 관리인인 김광일 MBK 부회장이 출석했다.
국회 환노위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만, 최소한 노동자에 대한 임금 체불, 협력업체에 대한 거래 관행을 존중해야 된다"며 "MBK가 홈플러스 인수 후 1조원 이상 수익을 거두는 동안, 홈플러스 노동자와 협력업체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한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대규모 차입을 통해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에도 수익을 올리면 이를 상환하는 구조로 경영해왔다"며 "기업 회생 과정에서 노동자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그 결과가 청산이라는 게 모순"이라고 전했다.
이에 김광일 부회장은 "청산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김 의원은 "그걸 어떻게, 누가 믿을 수 있느냐"며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만 청산되면 어쩔 수 없다는 의미 아니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MBK 측에서는 계속해서 1천억원, 2천억원 등을 기업 회생 과정에서 내놨다고 주장해왔는데, 그 돈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했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만약 홈플러스가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면 1만명에서 10만명에 이르는 직간접적 노동자들의 고용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만약 홈플러스가 청산 수순을 밟게 된다면 국회 차원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회장은 환노위 소속 의원들의 질타에 "홈플러스 회생 사태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 회장의 불출석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강력한 질타도 이어졌다.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김 회장은 MBK 파트너스에서 투자금 유치만 담당한다며, 개별 투자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출석을 회피했다"며 "하지만 MBK의 실질적 의사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여기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홈플러스 미래를 결정할 진짜 사장 또한 결국 김 회장"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금 홈플러스는 벼랑 끝에 서 있으며, 청산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만약 청산이 현실화되면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지역 경제도 무너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MBK는 홈플러스 매각을 추진하며 계속 고용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매각이 어렵다"며 "실제 회계법인은 청산 가치가 더 높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누가 MBK의 '고용 약속'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처음부터 (홈플러스를) 운영할 의지도, 책임을 지려는 생각도 없었던 거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인수자를 찾는 척하다가 시한이 다가오면 결국 청산으로 빠지는 '먹튀'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김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의 책임자"라며 "(증인 출석에 대해) 특히 홈플러스 사태에 생계가 달린 10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애타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러나 이 간절한 응답에도 김 회장은 결국 불출석으로 답했다"며 "지금 홈플러스 사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이미 8월부터 4대 보험 중 3대 보험이 체납되고 있고, 전기세 체납으로 단전 위기까지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홈플러스 사태의 본질은 장사가 안 돼서가 아니라 사모펀드 MBK의 '약탈적 먹튀 경영' 때문"이라면서 "수익은 빼가고, 인력은 줄이고, 점포를 팔아치운 결과가 바로 지금의 위기를 낳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MBK는 인가 전 인수합병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회생 계획안을 오는 11월 10일까지 법원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청산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럴 경우 대규모 실업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이날 출석하지 않은 김 회장은 지난 14일 국감에서도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의원들의 추궁에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라며 즉답을 회피한 바 있다.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은 김 회장의 이러한 태도에 비판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한 홈플러스 유동화채권(ABSTB) 피해자는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한이 사실상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한의 반성도 없는 태도를 보며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마치 아무런 일도 아닌 것처럼 출석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며 허망한 심정까지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피해자들은 막대한 피해 금액으로 하루하루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고 있는데, 막상 김 회장 본인은 금전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어떤 책임이나 손해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듯하다"며 "이대로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김 회장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게 된다"고 짚었다.
납품대금 지급 지연으로 피해를 본 한 입점업체 업주는 "지난번 국감보다 진전된 태도나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증인으로 출석조차 하지 않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은 또다시 '역시나' 하는 실망감으로 바뀌었다"며 "방만한 경영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수두룩 한데, 이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답답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는 홈플러스가 내달 10일까지 인수 희망 기업을 찾지 못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며, 청산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유통업계 업황을 고려했을 때, 홈플러스라는 대형마트를 인수하려는 기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에 기반한 유통채널 사업이 사양산업화되고 있고, 특히 마트산업은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농협과 쿠팡 등이 일부 매장을 인수하는 방식을 점치고 있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농협은 직접적으로 홈플러스 인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고, 쿠팡은 홈플러스 매장을 인수해 사업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대형마트 기업 등 홈플러스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인수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이대로라면 청산은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실제 청산 절차에 돌입한다면, 마트업계는 물론 유통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며, "향후 마트업계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2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고 기존 홈플러스가 흡수하던 수요를 이들 두 업체와 지역 중소형 슈퍼마켓이 나눠갖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11월 10일까지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공식적으로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청산은 파산과 달리 기업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졌음을 의미한다.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기업은 영업 활동을 중단하고, 법인 재산을 정리해 채권자에게 채무를 변제한 후 남은 재산을 주주에게 분배하는 과정을 거쳐 법인격이 최종적으로 소멸된다.
임직원은 통상 해고 절차를 거치고, 회사는 퇴직금, 임금 채권을 우선적으로 변재해야 한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