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1천년 리얼리즘 회화의 정수를 만나다"…'우리가 몰랐던 러시아 그림 이야기' 출간

등록 2025.12.02 11:30:46 수정 2025.12.02 11:30:46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민중의 삶을 화폭에 담은 '이동파'의 예술 혁명
레핀에서 말레비치까지…러시아 회화의 1천년
트레챠코프 미술관이 품은 리얼리즘의 걸작들

 

【 청년일보 】 러시아 그림 전문가 김희은이 러시아 리얼리즘 회화의 역사와 의미를 집대성한 신간 '우리가 몰랐던 러시아 그림 이야기'를 펴냈다.

 

2일 출판사 자유문고에 따르면, 저자는 20년 넘게 러시아에서 전시 기획자 및 아트 딜러로 활동하며 트레챠코프 미술관과 푸시킨 박물관의 전문 도슨트로 활약한 경력을 바탕으로, 신간 '우리가 몰랐던 러시아 그림 이야기'에 러시아 리얼리즘 회화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 농민의 삶에서 발견한 인간 존엄…미술계의 브나로드 운동, '이동파'

 

러시아 리얼리즘 풍속화는 세계 미술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장르다. 신화나 영웅, 귀족의 초상화만을 그리던 아카데믹 화풍에서 벗어나, 평범한 민중의 삶을 화폭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러시아 풍속화의 아버지' 알렉세이 베네치아노프는 천대받던 농민의 삶에도 인간 존엄의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며 예술가의 시선을 민중에게 향하게 만들었다. 이는 이후 러시아 미술계에 큰 전환점이 됐다.

 

1871년 이반 크람스코이를 중심으로 결성된 이동파는 러시아 미술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움직임이었다. 이들은 기득권의 부패에 저항하고 러시아의 참혹한 현실을 고발하는 사실주의 화풍을 내세우며, 러시아 전역을 순회하는 이동 전시회를 열었다.

 

인텔리겐지아 화가들은 민중의 눈과 귀가 되어 그들을 대변했다. 그림의 주제는 물론 향유 대상까지 민중이 주인공이 되도록 한 이들의 활동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러시아만의 독특한 예술 혁명으로 평가받는다.

 

◆ 러시아 미술의 은인, 파벨 트레챠코프…러시아 리얼리즘의 최고봉, 일리야 레핀

 

대부호였던 파벨 트레챠코프는 러시아의 '간송 전형필'로 불린다. 그는 이동파 작가들을 비롯한 리얼리즘 화가들의 작품을 구매하며 든든한 재정적 후원자가 되어주었고, 자신의 집에 그림을 전시해 누구나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가 설립한 트레챠코프 미술관은 러시아 최초의 미술관으로, 순수하게 러시아 미술품만 18만 점 정도를 소장하고 있다. 책에는 이 미술관의 대표적인 소장품들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천만 가지 표정 예술의 마술사', '러시아 사실주의 회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일리야 레핀은 러시아 리얼리즘 회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중량감 있는 구성과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는 화면 속에 러시아의 역사와 민중의 삶을 담아낸 그는, 깊은 사색과 관조를 바탕으로 한 예리한 심리 묘사로 사실주의 회화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에는 '볼가강의 배 끄는 인부들', '소피아 공주',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이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쿠르스크 지방의 십자가 행렬' 등 그의 대표작들이 수록되어 있다.

 

◆ 극한의 자연이 빚어낸 풍경화 및 러시아 미술 역사를 바꾼 3대 그림

 

러시아 리얼리즘 풍경화는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극한의 자연이 가져다 준 러시아인만의 독특한 감성이 담긴 장르다. 이동파 화가들은 진솔한 시선으로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이 주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 그 감동의 깊이를 화폭에 표현했다.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순간을 색채와 어우러져 표현한 러시아 풍경화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러시아만의 독특한 장르로 자리매김했으며, 현대 풍경 회화에서도 러시아 작가의 작품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책은 러시아 미술사를 바꾼 세 작품을 특별히 조명한다. 첫째는 알렉산드르 이바노프의 '민중 앞에 나타난 그리스도'로, 레핀이 러시아 미술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극찬한 걸작이다.

 

둘째는 미하일 브루벨의 '앉아 있는 악마'다. 브루벨은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비재현적인 회화 언어를 개척한 최초의 상징주의자로, 이후 러시아 모더니즘 미술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마지막은 추상미술의 선구자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이다. 현실 세계를 재현하던 과거와 결별하고 무엇과도 닮지 않은 순수한 창작물 자체를 표현하려 한 이 작품은 현대미술의 전환점이 됐으며, 이러한 새로운 미술을 '절대주의'라고 한다.

 

한편, '우리가 몰랐던 러시아 그림'의 저자 김희은 작가는 국내 유일의 러시아 그림 전문 갤러리 '까르찌나'를 운영하고 있다. 20년 넘게 러시아에 살면서 전시 기획자 및 아트 딜러로 활동했으며, 러시아 트레챠코프 미술관과 푸시킨 박물관의 전문 도슨트로 활약했다.

 

또한, 국낸에서 러시아 그림 칼럼니스트 및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기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에 출연해 러시아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저서로 '소곤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 이야기'가 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35길 4-8, 5층(당산동4가, 청년일보빌딩)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회장 : 김희태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