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들이 보낸 신뢰에 '배신'으로 보답한 쿠팡

등록 2025.12.08 08:00:09 수정 2025.12.08 08:00:25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 청년일보 】 국내 1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초유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1월 18일, 쿠팡에서는 약 3천370만명의 소비자 정보가 유출됐다. 이는 이커머스 업계에 전례가 없는 최대 규모의 유출 사건으로, 쿠팡이 업계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만큼이나 이에 대한 사회적 파장 역시 확산하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최근까지 약 3천370만명에 해당하는 회원의 이름·이메일 주소·배송지 주소록·일부 주문정보 등이 새어나갔다.

 

이에 당국은 지난달 18일 쿠팡 측으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피의자를 특정,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쿠팡 측은 신용카드 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는 현재까지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쿠팡은 이번 개인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청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소비자들의 배신감과 불안감은 날로 점증하고 있다.

 

개인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쿠팡 측의 설명을 요구했다는 한 소비자는 "먼저 업체 측은 연락이 닿기까지 너무도 많은 절차를 밟아야 했다"라며 "이후 가까스로 연결된 쿠팡 측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비자 역시 "실제 소비자에게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적으로만 사과 의사를 내비칠 뿐, 진정성 있는 행보를 찾아볼 수 없다"며 "최소한의 해명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문의를 피하는 게 진정 1위 이커머스 업체인지 믿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쿠팡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필두로 업계의 혁신을 이끌며 약 10년의 시간 만에 한국 이커머스 업계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쿠팡의 누적 매출은 약 36조원에 이르며, 누적 영업이익은 약 2천245억원에 달한다. 또한, 쿠팡은 국내에서의 성공 신화를 대만 등 해외 현지에도 확산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와우 멤버십' 회원도 2023년 말 기준 전 국민의 3분의 1 수준인 1천400만명에 육박한다.

 

사이버 보안 업계 전문가들은 쿠팡의 기업 규모와 매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이와 같은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은 보안에 대한 허술한 인식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발생하기 어렵다는 데 입을 모은다.

 

실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 공시에 따르면, 쿠팡의 올해 정보기술 투자액은 1조9천171억원에 이른다. 특히 정보보호 부문만 890억원이 투입됐다. 표면상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의 한 대형 사이버 보안 업체에 재직하는 한 전문가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3천370만여명에 이르는 소비자의 정보가 약 반년간 점진적으로 유출됐다는 것"이라며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쿠팡 측의 허술한 보안 인식이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사이버 보안에 투입되는 금액 자체도 중요하지만, 경영진이 이 금액이 어떻게, 어떤 경로에서 사용되는지 면밀히 상시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만약 외주 업체를 통해 소비자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의식은 더욱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당일·익일 배송을 '업계 표준'으로 만들며 '1위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해왔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배신감은 이 업체가 기록한 압도적인 실적에서 기인한, 그저 '단순한 비판'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각자의 소비자가 매일 같이 이용하던 '국민 이커머스 플랫폼'이 자신의 개인 정보를 소중히 하지 않았다는 데서 오는 배신감, 또 이를 넘어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대해 대처하는 업체 측의 안일한 태도에서 오는 원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이 자명하다.

 

쿠팡은 긍정적인 방향이던, 부정적인 방향이던, 한국의 이커머스 업계, 더 나아가 유통업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선도 기업'으로 자리하게 됐다.

 

쿠팡이 이번 개인 정보 유출 사태의 면면을 수사 당국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투명하게 밝혀 자사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로 삼기를 희망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돈방석에 앉은 '재벌 유통공룡'의 이미지가 아닌 소비자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신뢰받는 국민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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