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가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본사의 부산 이전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추진 중인 가운데 정작 내부에선 반발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조만간 HMM 본사 이전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 내부에선 그동안 수도권에 생활 기반을 둔 직원들의 생존권 문제와 해외 고객사와의 소통 비효율로 인한 경쟁력 저하 등을 우려하며 반대의 입장을 표명해왔다.
본사 이전을 위해 노조 설득 여부가 최대 관건이었지만 이들이 반대의 뜻을 견지하며 입장 간극을 좁히기 어려워진 셈이다.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육상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대통령실이 위치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본사 강제 이전의 문제점과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향후 노조의 투쟁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육상노조 측은 "정부가 민간기업의 본사를 부산으로 강제 이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과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육상노조는 본사 강제 이전을 강력히 규탄하며 노동자의 생존권 보호를 촉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1월 HMM의 이전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들은 지난 1일 800여 명 노조원에게 부산 이전 반대 피켓을 배포했으며, 노조원들은 서울 여의도 본사 사무실에서 '본사 이전 결사 반대', '노동자 생존권 사수' 문구가 적힌 피켓을 컴퓨터 모니터 등에 부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지역 균형발전이란 명목 하에 HMM 부산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부산을 해운 항만의 중심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해운 물류회사를 부산으로 집중시키는 게 매우 도움이 된다. 그래서 HMM을 부산으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지역 경제계에서도 해운·항만·물류산업 전반에 걸쳐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건 물론, 청년 고용과 지역 투자, 산업 역량 강화 측면에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본사 이전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무직 중심의 육상노조는 서울에 있는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할 시 국내외 고객사와의 소통이 어려워져 경영 효율성과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듭 반발의 목소리를 내왔다.
여기에 임직원 대부분이 맞벌이 부부, 육아 등 수도권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노조와 협의 없인 이전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정부와의 입장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해운업계 안팎에선 1976년 창사 이래 첫 총파업에 나설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전 장관은 지난달 정성철 HMM 육상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만나 HMM 본사 이전 계획을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본사를 이전하려면 타당성이 있어야 하는데 타당성이 없어 합리적이지 않다며, 설사 이전을 하더라도 조합원의 동의를 받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정 위원장은 "HMM은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고객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서울에 있는 게 타당하다"면서 "본사 이전이 강제로 추진되진 않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집회와 총파업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