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022년 10월의 참사 이후 상처와 기억이 겹겹이 쌓인 공간 이태원에서 한 작가는 다시 삶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김미영 작가가 에세이 '이태원에 삽니다'(새빛출판)를 통해 상실을 통과한 개인의 회복과 공존의 이야기를 조용히 건넨다.
'이태원에 삽니다'는 특정 지역을 기록한 공간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어디에 사는가'보다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묻는 정체성의 기록이다. 해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이태원에 머물며 겪은 경험과 감정,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상실과 치유, 관계와 사랑, 그리고 다시 '나'로 서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책은 ▲'상실'을 시작으로 ▲'이태원에 삽니다' ▲'치유' ▲'수용·존중' ▲'관계' ▲'사랑' ▲'희망·성장' ▲'나다운 삶' ▲'자유·창조'까지 총 9장으로 구성됐다. 참사 이후의 직접적인 서술보다, 그 공간에서 살아온 개인의 내면과 삶의 태도를 중심에 둔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이태원을 '다양한 문화와 언어, 가치관이 공존하는 곳'으로 묘사하며,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넓은 세계를 품을 수 있었던 장소로 그려낸다.
김미영 작가는 캐나다, 프랑스, 중국 등지에서 활동하며 한국 전통문화 예술의 국제 교류와 글로벌 비즈니스를 이어온 창작자이자 기획자다. 현재는 각국 코미디 페스티벌 간 교류를 잇는 역할을 맡는 동시에, 문화의 경계를 넘어 한국 전통예술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의 글은 고요하지만 단단하고, 개인의 서사에서 공동체의 질문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이태원에 삽니다'를 통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태원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경계 위에 서 있고, 확신과 불안 사이를 오가며, 완벽하지 않은 모습으로 하루를 살아내는 존재라는 인식이다.
'이태원에 삽니다'는 삶의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독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건네는 책이다. 지금 서 있는 자리가 불확실하더라도, 그 또한 삶의 중요한 순간임을 담담히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벨플러의 꿈', '우리들의 아름다운 치유이야기'에 이은 이번 신작은 상실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고, 각자의 방식으로 '나다운 자유'를 찾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당신은 있는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문장이 조용히 오래 남는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