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과 역대급 실적 보상에 힘입어 반도체 계약학과의 인기가 '의대 불패'에 비견될 정도로 상승하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상위권 인재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나 반수를 하는 이른바 '의대 블랙홀'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막연한 '안정성'보다 확실한 '실리'를 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6학년도 대학 정시 모집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7개 대기업 16개 계약학과 지원자는 2천478명으로 전년 1천787명 대비 38.7% 늘었다.
대기업 계약학과 정시 선발 인원이 2022학년도 78명에서 2023학년도 140명, 2024학년도 178명, 2025학년도 183명, 2026학년도 194명으로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경쟁률 역시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경쟁률은 12.77대 1로, 전년도(9.77대 1) 기록을 웃돌았다.
계약학과별 경쟁률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연계된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반도체공학과는 3명 모집에 267명이 몰려 89대 1이라는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울산과학기술원 반도체공학과 역시 59.2대 1(5명 모집, 296명 지원)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 역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와 연계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10명 모집에 118명이 지원해 11.80 대 1,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10명 모집에 90명이 몰려 9.00 대 1,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15명 모집에 112명이 지원해 7.47 대 1로 집계됐다.
반면 의대·치대·한의대 등 의약학계열 지원자는 전년 대비 24% 이상 감소하며 대기업 계약학과와 대조를 이뤘다
입시업계 안팎에선 글로벌 AI 반도체 열풍 속에 증명된 산업의 확장성과 대기업의 파격적인 성과급 체계가 수험생들의 기대감을 높였을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공급 확대 등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에만 1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사업부별 성과급을 확정한 가운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성과급을 연봉의 47%까지 책정했다.
HBM 호황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는 SK하이닉스 역시 성과급 제도 개선으로 수험생들에게 강력한 유인책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입 시장에서 의대 열풍은 단순한 선호를 넘어 모든 상위권 인재를 빨아들이는 '의대 블랙홀'과 같았다"며 "하지만 최근 AI 반도체 호황에 따른 파격적인 보상과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 특성상 막연한 안정성보다 확실한 실리를 택하는 상위권 수험생들의 가치관의 변화가 이번 정시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취업난 속 '대기업 취업 보장'은 수험생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흐름이 고착화되기 위해선 대내외적인 기업 경영 환경이 절대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