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채권 팔아도 책임 못 피한다"…금융당국, '끝까지 관리' 의무화

등록 2026.02.26 10:44:27 수정 2026.02.26 10:44:27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재매각까지 관리의무 부과…불법추심 차단 강화
소멸시효 연장 관행 개선…장기연체 구조 손질

 

【 청년일보 】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외부에 매각하더라도 고객 보호 책임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 개편이 추진된다. 채권을 넘기면 사실상 관리 의무에서 벗어나던 기존 관행에 제동을 걸어, 반복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잉 추심과 장기 연체자 양산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26일 '제2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연체채권을 매각한 이후에도 원채권 금융회사에 일정한 고객보호·관리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직접 보유하며 추심할 경우에는 추심총량제 등 각종 규제를 적용받았지만, 채권을 매각하면 이러한 규율에서 사실상 벗어나는 구조적 허점이 존재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장기 연체채권이 여러 차례 재매각되면서 규제의 사각지대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채무자가 과도한 추심에 노출되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회사는 채권을 매각하더라도 양수인의 불법·위법 행위 여부를 점검하고, 문제가 확인될 경우 감독당국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 매각 계약서에는 재매각 가능 여부와 허용 기간, 재매각 대상 기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의무화해 무분별한 재매각을 차단한다. 재매각 조건을 위반할 경우에는 향후 채권 매각을 제한하는 장치도 도입된다.

 

금융위는 기계적인 소멸시효 연장 관행도 손질하기로 했다. 소멸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연체채권에 대한 법인세법상 비용 처리를 허용해 금융회사가 시효를 무리하게 연장하기보다 정리하도록 유인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지급명령 공시송달 특례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소송촉진특례법 개정도 추진해, 시효 연장 목적의 형식적 소송 제기를 억제할 방침이다.

 

당국에 따르면 매년 약 30만명의 신규 장기연체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5년 이상 초장기 연체채권은 지난해 말 기준 285만8천건에 달한다. 통상 5년인 소멸시효가 반복적으로 연장되면서 금융권 내에 초장기 연체채권이 누적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체 초기 단계에서의 대응도 강화된다. 금융회사는 기한의 이익 상실 이전에 채무조정 요청권을 안내해야 하며, 채무조정 실적에 대한 사후 평가 시스템도 도입된다. 자체 채무조정 과정에서 원금 감면이 이뤄질 경우 감면액을 손실로 인정해, 금융회사의 참여 유인도 높인다.

 

다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매각과 재매각이 복잡하게 이뤄지는 현실에서 감독당국이 모든 과정을 추적·점검하기 쉽지 않고,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대출은 채무자의 상환 약속이자 채권자의 적절한 심사와 관리가 결합된 공동의 결정"이라며 "그 실패의 비용 역시 함께 나누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랜 관행을 끊어내는 과제인 만큼 금융권의 지속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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