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한국전력이 이달 말까지 전기요금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26일 이사회를 연다. 전기요금 개편안이 안건으로 상정될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달 26일 양재동 아트센터에서 이사회를 개최한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 개편안은 현재 정부와 검토 중"이라며 "6월 중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달 하순 이사회 때 전기요금 개편안이 안건으로 상정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기요금을 개편하려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산업부 최종 인가를 거쳐야 한다.
앞서 한전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 주택용 계절·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 전기요금 개편 방안을 올해 상반기까지 마련하겠다"고 공시했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월 200kWh 이하 사용 가구에 대해 일반주택은 월 4000원씩, 아파트는 월 2500원씩 일괄 할인하는 제도다. 2016년 12월 주택용 누진제 개편 때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도입됐으나, 당초 취지와 달리 전기를 덜 사용하는 고소득 1~2인 가구에 할인 혜택이 집중돼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한전은 제도를 아예 없애거나 할인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택용 계절별·시간별 요금제는 말 그대로 계절별, 시간대별로 전기 요금을 차등화한 요금제를 말한다. 휴대전화 요금처럼 각 가정의 소비패턴에 맞게 다양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산업용 경부하 요금(심야 요금) 체계도 손 볼 가능성이 있다. 현재 심야시간대(밤 10시∼오전 8시) 요금이 싸다 보니 전기 요금을 아끼기 위해 밤에 공장을 돌리는 등 역효과가 나자 심야 요금 체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전은 2018년 2천80억원, 2019년에는 1조2천76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는 2008년(2조7천980억원 적자) 이후 11년 만에 최대다. 그나마 올해 1분기에는 3년 만에 깜짝 흑자(4천306억원)를 냈지만, 이는 유가 하락으로 연료비·구입비를 아낀 덕이다.
이에 한전은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지속가능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해왔다. 원가보다 싼 전기를 판매하는 것은 불합리한 만큼, 전기요금 체계를 원가 기반의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19사태로 가정과 산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기요금제 개편 논의가 힘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산업용 심야 요금 조정은 산업계 반발이 예상돼 실현 가능성이 작아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중소제조업 300곳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응답 업체 대부분(94.7%)이 심야 요금을 올리면 생산원가가 올라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오히려 지금 요금 체계도 부담되니, 더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력 도매가격 연동제'도 당장은 개편안에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을 산정할 때 국제유가 등 원가 변동 요인을 반영하는 제도로,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이 제도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은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한전이 (공시를 했지만) 전기요금 개편안을 6월 말까지 꼭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좀 더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전이 개편안 마련 시한을 뒤로 늦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 청년일보=길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