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면세업계가 울상이다.
특히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뷰티 제품들이 로드샵과 온라인 상에서 무려 5배 이상 싼 가격으로 판매되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재고 처리에 나서는 등 끌탕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중국 쇼핑족들의 방문이 끊긴데 이어 해외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이로 인해 면세점에 입점한 뷰티 브랜드의 매출 타격이 적지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M골드 퍼펙트 커버 비비크림(50ml)' 제품은 3만 2000원의 면세가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고양스타필드에 입점한 미샤 매장에서는 약 80% 저렴한 65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가격보다 무려 2만 5000원 가량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A씨는 "고양 스타필드에 입점한 미샤 매장을 방문하고, 제품 할인율에 깜짝 놀랐다"면서 "제품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크게 할인해주는 것이 아닌지 오해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고양 스타필드 미샤 매장측은 해당 제품이 '면세품'으로 판매가 이뤄졌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여행자 수가 급감하는 등 면세 재고품들이 쌓인데 따른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A씨는 "코로나19 확산 조짐 등 잠재 구매 고객들의 발길이 줄다보니 면세품을 매장에 들여와 함께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면서 "제품의 유통기한 및 유통과정 상 문제가 있는건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미샤의 비비크림은 중국시장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유럽, 북미 그리고 남미 등 전 세계에서 널리 판매되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특히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제품으로 인정 받고 있다.
미샤는 지난 2014년 광군제 행사에서 타오바오 T몰에서만 하루 동안 무려 5만6123개의 M퍼펙트커버비비크림을 판매하며 색조부문 브랜드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2017년 광군제에서 9만5000여개의 판매고를 올린데 이어 이듬해인 2018년에는 무려 24만개가 판매되며 꾸준히 그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또한 중국 시장외에도 유럽과 북미 및 남미 그리고 동남아시장까지 위상을 넓혀가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큰 손인 여행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제품 판매량을 급감하고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입점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총 매출액 24조8586억원 중 외국인 매출은 20조8130억원을 기록했다. 외국인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관광객 감소로 인한 면세업계의 매출 타격을 더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일반 소비자들은 면세점 재고품을 일반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판로가 막힌 상황에서 내수 판매 활성화로일정 부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때 면세점에 입점한 업체들이 면세품을 최초로 시중에 풀 정도로 '울며겨자 먹기'식 재고떨이에 나선 만큼, 불안감은 좀 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면세업계 전체 매출은 90% 넘게 빠졌고, 신라·신세계·현대 등 주요 면세점들은 올 1분기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면서 "현행법상 면세품을 시중에 유통하면 안되지만, 매장의 성격과 필요에 따라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이 상황인 만큼 가격 할인율을 높여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일단 제품을 소진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덧붙였다.
올 봄·여름 신상품으로 출시한 제품들이 대부분 재고로 남아 있는 만큼 가격을 대폭 낮춰 일단 재고를 소진하는게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특히 예년에 비해 시즌 오프시기를 2~3개월 정도 앞당긴 브랜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품 국내 판매와 공항 임대료 감면 등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코로나19 타격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며 "면세점 시장에서 대다수의 면세점 사업자들은 물류보관 공간에 대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있다"고 말했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 4월 코로나19로 인한 영업난에 현금흐름이 막히자 오는 10월 말까지 국내 면세점들의 재고 면세품 판매를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현행 규정은 면세제품의 엄격한 관리 차원에서 재고품을 폐기하거나 공급자에 반품하는 것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청은 이례적으로 물류 창고에 쌓아 둔 재고 물품 중 6개월 이상 판매 되지 못한 장기 재고품에 한해 판매를 허용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면세점이 과다 보유하고 있는 장기재고의 20% 소진을 가정할 경우 추가적으로 약 1600억원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면세산업의 회복 및 성장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길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