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보험료 차등적용한 '4세대 실손보험' 판매...성공여부는 '의견분분'

등록 2021.07.01 07:00:00 수정 2021.07.01 15:04:55
최시윤 기자 chongi21@youthdaily.co.kr

비급여 보험료 차등 적용하는 '보험료할인·할증'효과에 의구심
금융당국 "과잉 의료이용 유발 제한 기대...보험료 부담은 감소"
동양∙ABL생명 등 일부 생보사 "판매비중 미미∙손실 커 판매 않기로"

 

【 청년일보 】 오는 7월부터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차등 부과되는 ‘4세대 실손보험’ 표준약관(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이 도입∙적용된다.

 

금융위원회는 손해보험사 10곳, 생명보험사 5곳 등 15개 보험회사들이 7월부터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한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현행 3세대 실손보험은 급여·비급여를 통합한 기본형과 도수치료 등 비급여 3개 특약으로 구성된 상품구조다.

 

반면 4세대 실손보험의 특징은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른 보험료를 할인 또는 할증하는 한편 급여(주계약)와 비급여(특약) 분리, 자기부담비율 상향, 무심사 전환 원칙 등이 주요 골자다.

 

 

이중 다소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은 의료 이용량과 연계해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보험료 할인·할증’체계다.

 

보험료 할인·할증 구간은 직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에 따라 1~5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보험료 할인, 2단계는 보험료 유지, 3~5단계는 보험료 할증 구간이다.

 

피보험자가 비급여 보험금을 300만 원 이상 지급받을 경우, 최대 300%까지 할증될 수 있다. 직전 1년 간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이 없는 경우 할인율은 5% 내외다.

 

300만원 이상인 경우는 300%의 보험료 할증을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현행 3세대 실손보험 기준 시뮬레이션 결과, 할증구간(3~5등급) 대상자는 전체 가입자의 1.8%에 불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이와 같은 보험료 차등 적용은 3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할증·할인 구조에 대해 "보험료 전체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간 형평성을 맞춰 주는 것"이라며 "할증 받은 재원으로 할인을 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견이 분분한 향후 보험료 인상 우려에 대해서는 연간 비급여 의료이용으로 100만원 이상을 지급받는 약 5%의 가입자의 할증을 통해 이용량이 거의 없는 약 95%의 일반 가입자가 보험료를 할인 받을 수 있는 구조이고, 일부 선택이 가능한 비급여 의료를 연 100만원 이상 이용하는 가입자에게 할증을 부과하는 체계여서 형평성을 맞추는 등 합리적인 구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동양생명 CI ABL생명은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공동기금으로 고객 자녀 5명에게 각 100만원씩 총 5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미지=ABL생명]

 

 

 

 

 

 

생보사 "수익구조 불균형, 팔수록 적자"…금융당국 "할인유지"

 

하지만 일부 생명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보험의 수익 구조를 문제로 지적하며 '팔면 팔수록 적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동양생명은 지난 25일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ABL생명 역시 지난달 29일 판매 하지 않는다고 공식 선언했다.

 

현재 실손보험을 판매하기로 한 생명보험사도 삼성생명을 비롯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NH농협생명 등 5곳에 불과하다.

 

일부 생명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과잉진료에 따른 '높은 손해율'을 지목하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의 판매 포기를 선언한 동양생명의 경우 지난해 실손 합산비율(발생손해액과 실제 사업비의 총합을 보험료 수익을 나눈 손해율)이 112%로 나타났다. 이는 가입자에게 보험료 100원을 받고 보험금 지급 및 사업비 등으로 112원을 썼다는 의미다. 12원을 손해 본 셈이다.

 

ABL생명은 실손보험의 합산비율이 132.2%로,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7개의 생명보험사 중 가장 높다. 더구나 ABL생명의 계약 보유량은 단체계약을 포함해 11만4천건으로 전체 실손보험 계약 3천900만건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즉 보유 계약도 적을 뿐만 아니라 손해율도 높은 실손보험을 적자를 보면서까지 굳이 판매할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다.

 

ABL생명 관계자는 "기존 실손보험의 적은 판매물량과 높은 손해율 등을 고려해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신규 가입은 어렵지만, 기존 가입자의 경우 '전환형 4세대 실손보험'으로 운영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양생명 관계자 역시 "기존 가입자를 '전환형 4세대 실손보험'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세대 실손보험이 보험료 상승의 주원인인 비급여 전체를 특약으로 분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증과 할인 등 합리적으로 운용하는 구조임에도 일부 생명보험사들은 판매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인 셈이다.

 

지난 2017년 4월 출시된 3세대 실손도 3년 만에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며 적자로 전환된 만큼 이 역시 보험손익(보험료 수익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할인 체계 유지 방침도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원은 지난 28일 5개 대형 손해보험사를 비롯해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주요 보험사들을 소집해 '실손보험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당국은 기존 3세대 실손보험에 적용한 9.8~9.9%대 보험료 할인을 4세대 실손에서도 계속 유지하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실손보험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4년 간 손실액이 약 7조3천억원대다.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되고 있는 보험금이 훨씬 많은 실정에서 4세대 실손 판매 역시 부담이 적지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4세대 실손이 자기부담율 상향과 통원 공제금액 인상 등의 효과로 기존 실손보험의 보험료 대비 10% ~ 70% 저렴하게 출시되는 반면 일부 가입자의 과잉 의료이용 유발요인이 줄어들어 보험금 지급 금액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서 이를 섣불리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보∙손보협회 "판매중지는 일부 보험사"

 

생명보험협회 및 손해보험협회는 지난달 29일 4세대 실손보험 판매 중지를 결정한 보험사들이 나오자 이들 보험사들의 판매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손실이 지속돼 왔고, 시장 또한 포화상태에 이르러 판매 증대를 통한 수익개선이 어렵다고 판단, 시장 점유율이 낮은 일부 중·소형 생명보험사 위주로 판매를 포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손해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중단 없이 이달부터 4세대 실손보험으로 대체, 전환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은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해온 기간이 길고, 주력 상품이다보니 판매 중단이 쉽지 않다"면서 "반면 생명보험사의 경우 실손의료 상품 판매를 2009년에 시작했고, 판매 비중이 크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판매 중단 결정에 부담이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손보협회는 "실손의료보험은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보험상품"이라며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최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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