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보험업계의 해묵은 논쟁인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간소화' 법안이 10년 넘는 공전 끝에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논의가 진행됐지만 보헙업계와 의료계의 의견 절충 필요성에 따라 또 계류됐다.
정무위원회는 지난 28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을 상정∙논의했다. 상반기에도 법안심사소위가 열렸지만 계속 안건에서 제외됐다가 올 들어 처음으로 진행된 것이다.
개정안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일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의료계의 반대 의견이 여전히 있어 추진에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란 실손보험 가입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병∙의원이 건강보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을 통해 증빙서류를 보험업계로 직접 전송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2009년 권익위원회의 권고 이후 10년 이상 국회를 계류하고 있는 보헙업계의 오랜 과제다. 총 5건의 관련 법안 중 올해 발의된 건은 2건이다.
보험업계는 소비자 편의와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등을 위해 해당 법안 통과에 힘을 싣는 반면, 의료계는 환자의 의료 기록 유출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정보 악용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는 진료수가에 민감한 개인병원에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사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 고객 편의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과잉진료와 보험사기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며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환자의 정보 노출로 인해 보험금 지급 거절 문제나 가입, 혹은 갱신 과정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의료기관이 행정업무 부담을 져야 하는 점을 들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약 관련 5개 단체는 지난 27일 공동성명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의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의료정보 전송 중계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비급여 진료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며, 일정금액 이하의 보험금 청구 시 영수증만을 제출하도록 해 민간 전송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보험금 청구를 위해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증빙자료를 발급받고, 이를 보험설계사에게 팩스 등을 통해 제출하거나 청구서와 함께 보험사에 직접 전달해야 한다. 이 같은 복잡한 지급 절차가 번거롭다는 지적은 줄곧 지적돼 왔다.
10년 넘게 논쟁이 진행돼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지만 보험∙의료업계 내 부담 및 혼선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의료수가의 정상화, 비급여 체계 점검 등 근본적인 체계 점검이 요구된다.
결국 법안 발의를 진행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언급한 것처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의 무조건적인 통과가 아닌 선행조건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 청년일보=최시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