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우리나라의 정치적 포용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우리나라는 정치적 차이로 인한 자국 내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비율이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가 올해 초 OECD 36개 회원국의 2000~2019년 정치적 포용지수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마이너스(-) 0.73으로 32위를 기록했다. 정치적 포용지수는 한국행정연구원이 권력의 공유 등 18개 지표를 기반으로 개발한 것이다.
정치적 포용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1.97)로 나타났으며, 스웨덴(1.56)과 핀란드(1.40)가 뒤를 이었다. 터키가 마이너스(-) 2.47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로 여야(與野) 간 대결정치의 극복 등을 꼽았다.
연구를 총괄한 박준 사회조사센터 소장은 "정부가 정책 집행뿐 아니라 기획과 입법까지 주도하는 행정부 우위 체제와 기본적으로 '승자독식' 구조를 갖는 대통령 중심제가 결합되면서 여야는 연합과 협치보다 배제와 대립 관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정치적 차이로 인한 자국 내 갈등으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실제 우리나라는 정치적 차이로 인한 자국 내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비율이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7개국 성인 1만8850명을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14일(현지시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심각하다' 또는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90%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12일부터 26일까지 이루어진 것으로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갈등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 핵심이다.
자국 내 정치갈등이 심각하다는 우리나라의 응답 비율은 17개국 가운데 미국(90%)과 함께 공동 1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히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심각하다'는 응답보다 많은 50%에 달했다. 반면 '별로 심각하지 않다'와 '없다'는 응답은 각각 8%, 1%에 불과했다.
미국의 경우는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인준을 막겠다며 의사당을 무력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보수와 진보 성향 지지자들 사이에 극심한 정치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 다음으로는 대만(69%), 프랑스(65%), 이탈리아(64%)가 자국 내 정치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국민들의 비율이 높았다. 스페인(58%), 독일(56%), 영국(52%), 그리스(50%) 역시 절반 이상이 자국 내 정치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국의 중간값은 50%다. 이보다 낮은 국가는 일본(39%), 네덜란드(38%), 뉴질랜드(38%), 스웨덴(35%), 싱가포르(33%) 등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종교갈등 역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종교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61%로 조사 대상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른 조사 대상국 가운데 종교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절반이 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프랑스가 유일했다. 미국은 종교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49%였고, 독일(46%)과 벨기에(46%) 등이 뒤를 이었다. 타이완(12%), 스페인(19%) 등은 종교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10%대였다.
우리나라 국민은 또 인종과 민족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비율 역시 57%에 달했다. 이는 미국(71%), 프랑스(64%)에 이어 이탈리아와 함께 공동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우리나라에서 인종·민족갈등을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응답은 젊고, 교육수준이 높은 층에서 많았다고 퓨리서치센터는 설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시·농촌 거주자 사이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응답자도 43%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보다 수치가 높은 국가는 프랑스(45%) 뿐이었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