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가 상용화되면 모든 거래에서 현금이 필요 없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미지=연합뉴스] ](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20102/art_16421339532873_09c3f7.jpg)
[편집자주]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상용화 되면 모든 거래에서 현금이 필요 없는 디지털 결제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CBDC는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화폐 형태가 기존 지폐나 동전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가상화폐와 CBDC의 가장 큰 차이점은 중앙은행만 발행할 수 있고 액면가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치가 변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CBDC는 지금까지 유례없던 새로운 화폐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기존 화폐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디지털 화폐'에 대한 패권을 놓고 'CBDC'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CBDC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비트코인 등 민간에서 발행하는 가상화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간 중앙은행이 독점해온 화폐에 대한 권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다만 CBDC가 상용화되더라도 기존 민간 가상자산과의 공존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CBDC가 국가의 공식 디지털 화폐라는 타이틀을 쥐고 민간 화폐를 모두 삼켜버릴지 아니면 공존하는 방법을 보일지 아직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 싣는 순서]
(上) 디지털화폐 패권전쟁 '점화'...주요국 중앙은행 CDBC 개발 '속도'
(中) 韓, 올 하반기 CBDC 도입 '윤곽'...'선제대응'에 나선 은행권
(下) "소멸이냐 vs 공존이냐"...CBDC와 비트코인, 주도권 경쟁 '본격화'
【 청년일보 】 각국 정부의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 발행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비트코인을 주축으로 한 기존 민간 가상화폐와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민간 가상화폐는 '탈중앙화'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 만큼, 정부와 중앙은행입장에서는 민간 가상화폐가 현재 통화체계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비트코인과 같은 민간 가상화폐는 현금과 같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는 만큼, 두 가상화폐는 공존과 소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쓰촨성의 한 비트코인 채굴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20102/art_16421342791934_7bb6b4.jpg)
◆ 디지털 위안화의 '걸림돌'...中, 민간 가상화폐 척결 행보
중국이 민간 가상화폐 채굴 활동을 도태 산업으로 지정하는 등 가상화폐 산업 근절에 나섰다.
중국의 경제계획을 총괄하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최근 '산업구조조정지도목록'에서 가상화폐 채굴을 포함 시켰다.
이는 지난해 중국이 자국 내에서 비트코인 등을 포함한 민간 가상화폐에 대한 채굴과 거래를 전면 금지한 데 이어 한발 더 나아간 조치로, 중국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디지털 위안화' 상용화에 민간 가상화폐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이 CBDC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화폐를 찍어내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직접 관리함으로써 화폐 권력을 존속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가상화폐의 치명적 약점은 가격 변동성에 있다. 반면 CBDC는 중앙은행에서 공인한 '화폐'이기 때문에 가격의 변동성에서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지불수단으로 각광받던 민간 가상화폐의 존재 자체가 CBDC의 도입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 화폐와 민간화폐간의 상관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최근 터키에서 벌어졌다. 터키에서 리라화의 급락에 따른 가상화폐 사재기 현상이다.
터키인들은 달러화 대비 리라화 가치가 지난해 9월 이후 40%나 급락하자 가상화폐를 사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4월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한 바 있지만 가상화폐 사재기 현상은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블록체인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바이낸스, BTC터크, 로컬비트코인스 등 가상화폐 거래소 3곳 기준으로 리라화를 사용한 가상화폐 거래액이 최근 일평균 18억달러(약 2조1천465억원)로 증가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연합뉴스] ](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20102/art_16421343104157_939eed.jpg)
◆ CBDC·비트코인 공존 가능성?...미국의 입장 선회에 주목
그러나 CBDC와 민간 가상화폐가 공존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민간 가상화폐가 CBDC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투자의 수단으로서 향후 더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상화폐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던 미국이 최근 입장을 선회한 것이 눈에 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 의장은 지난 10일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의회가 승인을 해 연준의 CBDC 발행을 허용하게 된다면 스테이블 코인과 CBDC이 공존하지 않도록 제대로 규제하는 것이 옳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파월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달러 등에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줄였지만 민간 가상화폐와 CBDC가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CBDC가 생기면 스테이블코인도, 암호화폐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미국도 디지털 달러를 도입해야 된다는 여론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면서 "디지털화폐의 기술적 가능성과 영향력에 대해서는 논의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민간 가상화폐 중 하나인 비트코인이 가치저장 수단으로의 입지를 굳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각국 중앙은행들이 CBDC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민간 가상화폐는 향후 지불수단의 기능보다는 자산으로 강점을 지닐 것이라는 의견이다.
오정근 한국금융 ICT 융합학회장은 최근 열린 가상자산 포럼에서 "미래에는 CBDC와 민간 가상화폐가 공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디지털 자산으로서의 역할하며 함께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비트코인 보유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접근성 측면에서 금보다 비트코인이 우수하다는 점 역시 가치 저장 수단으로써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하는 배경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높은 '익명성'을 지니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 ](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20102/art_16421359808346_be9778.jpg)
◆ 익명성 보장 범위·은행권 역할 축소...논의 과제 산적
다만 CBDC의 경우 디지털로 발행되는 화폐인 만큼, 현금과 같이 익명성을 보장하기 어려워 그 범위에 대한 논의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CBDC가 블록체인을 활용해 비트코인 수준으로 익명성을 보장한다면 자금 세탁, 마약 밀수 등 불법 거래에 사용될 가능성이 떠오르는 한편, 반대로 익명성을 낮출 경우 한은에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정보가 집중되는 이른바 '빅 브라더'가 될 여지가 크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DC의 익명성 보장 여부가 이슈인데, 현금과는 달리 완전 익명성은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CBDC는 거래가 이뤄지는 단계에서는 상대방에게 자발적으로 공개한 정보 외에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거래나 이전 등록 업무 등을 처리하는 단계에서는 중앙은행과 은행에 차별화한 정보 접근이 허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CBDC 도입으로 기존 은행권의 자금 중개 및 통화창출 기능이 약화되어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기존 은행권의 역할 축소 등 기존 금융시스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CBDC를 도입하면 은행에선 예금금리에 높은 이자를 줘야 (예금 인출을 막을 수 있어) 은행의 수익성 저하가 나타나고 이는 고위험 대출 등 은행의 고위험·고수익 자산운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 스웨덴 등의 사례를 고려하면 중앙은행이 은행을 통해 CBDC를 배포하면 은행에서 국민들이 현금을 CBDC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2단계 체제(two-tier system)'로 도입해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을 약화시키지 않는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