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된 '주4일제'···"인간다운 삶" vs "임금삭감" 갑론을박 여전

등록 2022.06.13 10:01:11 수정 2022.06.13 10:39:38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MZ세대 사이서 ‘워라밸’ 문화 확산···국내 일부 기업 '주4일제' 실시
경총, ‘MZ세대 일자리 인식조사’ 실시···응답자 66.5% “워라밸 중시”
주4일제 도입 시 연장근로 12시간·주당 최대 44시간까지 근무 가능
해외 선진국 주4일제 도입 실시···韓 에듀윌, 2019년 ‘드림데이’ 실시
일각선 “산업구조상 제조·뿌리산업 특화 및 생산차질 불가피” 우려

 

【청년일보】 오늘날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로 대변되는 20·30세대들 사이에선 최근 급변하는 시대적 환경에 맞춰 수평적 조직문화와 연봉, 복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work)과 생활(life)의 균형(balance)’을 뜻하는 ‘워라밸’ 문화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다.

 

앞서 지난달 중순에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MZ세대로 불리는 1984∼2003년 출생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일자리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세대는 워라밸(66.5%)을 가장 중시한다. 이는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는 일자리'(43.3%), '복지제도가 잘 된 일자리'(32.8%), '회사 분위기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일자리'(25.9%)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단순한 물질적 보상보다는 개인적 시간의 확보를 선호하는 MZ세대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경총의 분석이다. 이 같은 ‘워라밸’ 장착을 위해 해외 선진국들과 국내 일부 기업들은 주4일제 근무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먼저 ‘주4일 근무제도’ 정의를 살펴보면 근로기준법상 법정 노동시간을 주당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여 하루 평균 8시간씩 주4일을 근무하게 하자는 내용이다. 제도 도입 시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주당 최대 44시간까지만 근무가 가능해진다. 일각에선 인간다운 삶의 보장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언젠간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의 경우 주4일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국가에서는 프랑스와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선 등에선 주당 35∼37시간 내외의 주4일 근무제가 시행 중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도 지난해 7월, 주간 근무시간을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이는 ‘주32시간 근무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특히 영국 최대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영국에서 '주4일제'의 효과에 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실험이 시작됐다. 이 실험은 은행, 투자회사, 병원 등 다양한 업종 종사자 3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6개월 간 진행된다.

 

해당 실험은 100%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80%의 시간 동안 근로하고, 100% 임금을 지급받는 이른바 '100대 80대 100' 모델을 기반으로 했다. 연구자들은 각 참여 기관과 협력해 기업의 생산성 및 직원의 복지와 환경, 성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예정이다. 임금 삭감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 및 생산성 향상이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과로사회’ 상징 국가인 일본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4일제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최대 전자업체인 히타치는 직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주4일제를 도입하며 내년 3월 안에 노동시간을 자신의 근무일에 맞춰 유연하게 배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키로 했다. 1965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주5일제를 도입한 파나소닉홀딩스도 금년도에 주4일 근무제 시험 도입에 나설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종합교육기업인 ‘에듀윌’이 가장 대표적으로 꼽힌다. 지난 2019년 6월부터 주4일 근무제인 ‘드림데이’를 도입한 이후 3년째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다. SK도 지난 2018년 말 시범 운영을 시작했으며 2019년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지주회사에서 격주로 주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주4일 근무제가 해외를 비롯한 우리나라 일부 기업에서도 큰 화두로 떠오르지만 아직까지 갑론을박 사안이다. 주4일 근로제 논의 초기였던 지난해 8월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이트 사람인이 성인남녀 41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8명 이상은 주4일 근로제 도입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휴식권 보장 및 워라밸 문화 정착’(72.4%, 복수응답), ‘업무 능률성 향상’(51.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해 10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는 ‘주 4일에 찬성(반대 41%)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임금 삭감을 동반한 주 4일제’로 질문이 달라지자 찬성 비율이 겨우 29% 수준에 불과했다. 주4일 근무제 도입과 임금보장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반대 여론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의 특성을 이유로 주 4일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 중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제조업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생산성 하락에 따른 기업·국가경쟁력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란 주장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주4일제 근무제도가 우리나라 산업구조 현실과 맞는지부터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면서 “IT·스타트업 기업과는 달리 제조·뿌리 산업에 주4일제를 도입한다면 자칫 생산차질의 공산이 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다시 말해 기업·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지금 당장 논의하기보단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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