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거문제와 함의(含意) (中)] "집=자산 공식 타파해야"...주거정책 패러다임 전환 촉구

등록 2022.07.10 09:00:00 수정 2022.07.10 09:05:14
김원빈 기자 wonbin7@youthdaily.co.kr

"청년주거문제, 자산 중심의 부동산 개념·정상가족 전제에 기인"...패러다임 전환 필요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공공주택 향상 기여"..."민간사업자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
청년주택 님비 현상, '청년·가난함에 대한 혐오'에 기인..."정부, 단호한 자세로 인식 자체 바꿔야"

 

이른바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로 대변되는 청년 주거문제는 경제적 자립 기반이 취약한 청년층이 직면해야할 현실로 지난한 청년의 삶에 격랑을 만들고 있다. 한 사람의 청년으로서 그 삶의 과정에서 풍파와 맞서 온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위원장을 통해 청년주거문제의 함의와 시사점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청년 주거불평등 해소"...연대 통한 '살권리' 회복

(中) "집=자산 공식 타파"...주거정책 패러다임 전환 촉구
(下) "새정부 주거정책, 공공부지 사유화 우려"...'도시 공공성' 담보 필요

 

【 청년일보 】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위원장은 청년세대주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주택 등 부동산을 '자산' 개념으로 여기는 정책 패러다임과 사회적 분위기에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청년주거문제의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된 '청년주택'에 대한 '님비현상'은 근본적으로 청년과 가지지 못한 자들에 대한 혐오정서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주거문제의 핵심과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가?

 

지수 위원장은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주거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주거공간을 자산으로 인식하고 전개한 주택 정책'과 '정상가족을 표준으로 한 주택 정책'을 꼽았다. 

 

그는 "먼저 이전에 아파트가 대거 건설될 당시부터 가계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집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다는 사고에 기반한 국가적 정책이 현 세태의 원인이 됐다"면서 "이 때문에 집이라는 공간이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공간이 아니라, 부의 성공 수준에 따라 부여되는 일종의 전리품이나 화폐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화폐는 계속 발행되야 하며, 기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사람이 더 많이 가지게 되는 것처럼, '집' 역시 그와 같이 다뤄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높은 집값과 부동산 격차의 문제 역시 집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며 발생했던 오래된 문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이것을 계승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역시 작용하고 있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수 위원장은 국가의 주택 정책이 이른바 '정상가족'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지수 위원장은 "집은 4인 가족의 정상가족 뿐만 아니라, 모든 개인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공간"이라면서 "그런데 국가가 ‘정상가족’을 설정하고 주거복지 등 이에 부연되는 영역을 모두 이러한 ‘정상가족’ 개념에 떠넘겼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이 때문에 사회초년생, 비혼가구, 성소수자나 정상가족이지만 가족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정상이 아닌 사람들'로 여기고 각종 주거 정책에서 배제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 때문에 바로 현재 '청년'으로 언급되는 층의 주거빈곤을 국가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지수 위원장은 "기존 패러다임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면 청년을 포함한 주거불평등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전혀 발견할 수 없는 '색안경'을 끼게 되는 것과 같다"며 "예를 들어, 가정이 수급가구가 아닌 상황이지만 개인은 매우 가난한 30세 미만의 미혼 청년은 수급 신청 자체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현재의 청년 주거문제에 관한 정책적 패러다임이 '청년'이라는 주체를 하나의 독립된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양한 청년주거지원 정책 중 견고히 정착돼 진행되는 사례를 꼽자면,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을 들 수 있다.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 같은 사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한다면?

 

지수 위원장은 민달팽이유니온의 목적인 '주거권 보장'과 '주거불평등 완화'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청년주거정책은 성에 차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는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현재 청년주거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인이 잠깐 버티면 나아질 문제'로 이 문제가 잠깐 취급되고 만다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 때문에 민달팽이유니온과 같은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만들어진 청년주거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일부 효과는 인정하지만, 대체로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수 위원장은 "일명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로 청년주거문제가 본격화 돼 청년주거정책이 펼쳐졌지만 지금의 청년주거정책은 청년이라는 이름 속에 더욱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지원은 후순위가 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수 위원장은 서울시가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역세권 청년주택'에 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역세권 청년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을 조금이나마 늘리는데 기여했을 수 있지만, 전반적인 방향에 있어 회의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역세권 청년주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민간사업자의 사업성 보장을 위해 공공이 너무 많은 것을 내어줬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용적률 상향. 대출 완화, 시공을 위한 패스트트랙 조성 등 민간 사업자에 모든 것을 지원해주지만 실제 그곳에서 청년은 약 8년정도 살게된다"면서 "사실상 사업자들에게 도움이되는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지수 위원장은 "역세권 청년주택의 '민간임대 유형'의 경우 임대료가 시세의 95%인데 사실상 말장난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정도 금액이면 다른 곳의 집을 찾는 것이 나은 수준인데, 어떤 측면이 '공공'이라는 것인지 도대체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수 위원장은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사용되는 현재의 건물들이 차후 사용될 향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된 뒤에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자들이 해당 건물을  판매할 수 있어 추후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사업이 꾸러진다"며 "이 과정에서 살게되는 청년 세입자들은 '잠깐 버티면 나갈 사람들'로밖에 취급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사후 관리 부실 등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민간임대 시장에서 벌어졌던 청년주거문제가 역세권 청년주택에서도 유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이 정책을 볼 때 주요하게 비판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수 위원장은 '행복주택' 사업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그는 "행복주택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중 최초로 시세 기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한다"면서 "행복주택부터는 공공주택사업자들의 사업성을 보장하기 위해 세입자들에게 임대료를 높게 받는 형식으로 정책이 설계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수 위원장은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고를 보면, 강남권 행복주택의 보증금은 2억원이 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청년의 '대출'을 전제한 것”이라면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청년은 이제 공공임대조차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인지 회의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청년주택을 둘러싼 지역적 혐오 현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님비(NIMBY)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서 기인한다고 보시며,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한편, '역세권 청년주택'과 같이 다양한 청년정책이 지자체 등에서 실행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터져나오고 있다.

 

바로 '청년주택'에 대한 님비 현상이다. 서울시의 경우만 하더라도, 역세권 청년주택 건설이 예정된 지역에서는 지속해서 지역 주민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곤 했다. 

 

일례로 지난 2019년 동대문구 휘경동 일대에 들어선 역세권 청년주택 건설의 경우에도 청년주택 건설에 반대하는 일부 지역 주민과 청년층 사이의 갈등이 일었던 바 있었으며, 노원구 하계동, 마포구 창전동 등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기도 했다.

 

이같은 '청년주택 님비'에 대해 지수 위원장은 "청년주택을 향한 혐오언어를 보면 이 같은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로 질의에 답을 시작했다.

 

그는 "어떤 지역의 청년주택 반대 현상을 연구하는 사업을 통해 당사자를 인터뷰했던 적이 있다"면서 "청년주택을 반대하시는 분들이 내는 보도자료 등을 보면, 가장 대표적으로 '청년들이 거주하면 동네가 문란해진다'"는 부정적인 인식들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수 위원장은 "이 같은 맥락에서 "동네가 러브모텔화 된다"는 말과 함께 "교통난이 심화된다"든지 "생태계가 파괴된다"던지 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물론 각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일견 타당한 면이 존재하지만 문제는 대부분 이와 같은 이유들이 '핑계'로 사용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수 위원장은 청년주택에 대한 혐오감에는 근본적으로 ▲청년에 대한 혐오감 ▲가난한 자에 대한 혐오감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일례로 어떤 행복주택 건립지역은 이미 조성된 민간 아파트 단지와 함께  '좋은 학군'이 위치하고 있었다"며 "행복주택 건립 소식이 알려지자 그곳의 학부모들은 "우리 자녀들이 공공주택(행복주택)에 사는 자녀와 같이 어울릴 수는 없다"며 반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수 위원장은 청년주택, 더 나아가 청년에 대한 혐오현상을 대하는 당국에 대한 단호한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청년이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혐오 등은 인식을 바꿔야하는 문제지, 그 인식에 굴복해 '집이 멋있어야 한다'는 발상과 같은 '차별 요소'를 없애는 문제로 해소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지수 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청년주택의 고급화'를 골자로 한 '2030스마트홈' 공약에 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청년주택 고급화를 한다고 대리석이라도 더 붙일 것이냐"면서 "그와 같은 작업을 할 시간에 진짜 '지옥고'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실제로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는데 여력을 쏟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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