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 일하고 장기휴가"...정부, 주52시간제 개편

등록 2023.03.06 09:42:50 수정 2023.03.06 09:43:00
전화수 기자 aimhigh21c@youthdaily.co.kr

연장근로 단위 '주'→'월·분기·반기·연' 확장 정부안 확정

 

【 청년일보 】근로자들이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가 개선된다.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고 장기 휴가 이용 가능해진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주 52시간제' 기본 틀 유지...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  '월·분기·반기·연' 확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확정 후 가진 브리핑에서 ▲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 ▲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 등 크게 네 가지 원칙 아래에서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현행 근로시간 제도에 대해 "2018년 급격히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결과 많은 기업이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해 장시간 근로와 공짜 야근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근로자와 기업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약하고 날로 다양화·고도화하는 노사의 수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최대 연장 12시간)의 틀을 유지하되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거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현행 근로자 한 명이 1주일에 1시간만 초과해 53시간 일해도 사업주는 범법자가 되는 제도적 문제점을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70년간 유지된 '1주 단위' 근로시간 제도를 개선한다는 취지다.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전체 근로시간을 관리하게 되면 주 단위 근로시간은 매주 달라질 수 있다. 일이 몰리는 주에는 근로시간이 많아지고, 일이 적은 주에는 반대로 줄어드는 식이다. 이 경우 한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다.

 

단위 기준별 연장근로시간을 살펴보면 '월'은 52시간(12시간×4.345주), '분기'는 156시간, '반기'는 312시간, '연'은 624시간이다.

 

다만 정부는 장시간 연속 근로를 막고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분기 이상의 경우 연장근로 한도를 줄이도록 설계했다. 즉, '분기'는 140시간(156시간의 90%), '반기'는 250시간(312시간의 80%), '연'은 440시간(624시간의 70%)만 연장근로가 가능하게 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장...모든 업종의 정산 기간을 3개월로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확대된다. 모든 업종의 정산 기간을 3개월,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6개월로 늘린다.

 

유연근무제의 하나인 선택 근로제는 근로기준법 제52조에 자세히 규정돼 있다. 1개월의 정산 기간 내 1주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근로자 필요에 따라 주4일제, 시차출퇴근 등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지만, 2021년 도입률은 6.2%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1년 4월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에 한해 정산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지만, 이번에 다시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자가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 탄력근로제의 실효성도 높인다.

 

현재는 탄력근로제 도입 시 대상 근로자와 근로일, 근로시간 등을 사전 확정해야 하는데, 사후 변경 절차가 없다. 이에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로 사전 확정 사항을 변경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장기 휴가 사용 가능

 

정부는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 개념처럼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휴게시간 선택권도 강화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4시간 일한 뒤에는 30분, 8시간 일한 뒤에는 1시간 이상 쉬어야 한다.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일부 사업장에서는 예를 들어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일한 뒤 바로 퇴근하고 싶은데도 30분 휴식을 취하고 오후 1시 30분 퇴근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1일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30분 휴게 면제를 신청해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신설했다.

 

정부는 근로자대표제도 정비하기로 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등 주요 근로조건을 결정하려면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 합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근로자대표의 선출 절차나 방법 등 관련 규정이 없다.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선출 절차에 따르면 과반수 노조(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조)가 있으면 과반수 노조가 근로자대표를 맡는다. 과반수 노조가 없으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대표를 맡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도 없으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대표를 선출한다.

 

특정 직종·직군의 근로자를 뜻하는 '부분 근로자'에만 적용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부분 근로자와 근로자대표가 협의해야 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선택권과 건강권, 휴식권 조화를 통해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주 52시간제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겠다"며 "근로자에게는 주4일제, 안식월, 시차 출퇴근제 등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를 향유하는 편익을 안겨주고 기업에는 인력 운용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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