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과의 동행 (中)] "경제에서 정서문제까지"…자립의 구심점 '영플러스서울'

등록 2023.08.06 09:00:01 수정 2023.08.10 11:10:33
오시내 기자 shiina83@youthdaily.co.kr

자립준비청년 전용공간 '영플러스(O+)센터' 개소
'카카오톡 채널'…청년 눈높이 맞춘 실시간 지원
청년 대상 범죄 및 고립·은둔청년 해결 방 마련

 

일자리 교육에서 취업연계까지 자립준비청년들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응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부모가 없거나 부모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의 개별 상황에 따른 생활과 주거, 보건의료와 고용에 이르기까지 다각화된 정책 시행에도 자립준비청년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청년일보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시책들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홀로서기에서 함께서기로"…공존을 향한 상생의 첫 걸음

(中) "경제에서 정서문제까지"…자립의 구심점 '영플러스서울'

(下) "주거부터 심리치료까지"…자립지원 나선 지자체와 기업

 

【 청년일보 】 아동양육시설, 그룹홈, 가정위탁시설 등에서 생활하다가 만 18세 성인이 되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이 홀로서기를 하며 겪는 어려움을 줄이고자 정부와 각 지자체가 지원책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지자체 중 청년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시 역시 260여 명에 이르는 시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자립준비청년 자립지원 강화계획'을 발표하고 다양한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정책 도입 단계였던 2021년에는 1단계 지원으로 경제적 자립에 중점을 뒀고, 2단계 정책이 시행됐던 지난해부터는 그 범위를 넓혀 심리·정서지원까지 강화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1·2단계 정책을 보완·강화한 3단계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현재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 경제적·정서적 지원 강화…'서울시 자립지원대책3.0'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시는 '자립지원대책3.0'을 발표하고 사회정착 종잣돈인 '자립정착금'을 2천만원으로 증액, 최근 인상된 서울시의 대중교통비가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대중교통비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형제·자매처럼 정서적 버팀목이 되어 줄 멘토단과 문화·힐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심리·정서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기존 정책을 보완·강화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이른 나이에 사회인으로 살아가야 할 자립준비청년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안정적으로 자립정착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배움마켓'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각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집 구하는 법, 금융사기 당하지 않는 법 등을 교육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정책 보완·강화와 더불어 서울시는 정책의 원활한 활용을 돕기 위해 구심점 역할을 할 공간도 마련했다. 지난달 6일 개소한 '영플러스서울(O+서울)'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전용공간으로 모든 정책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영플러스센터에서 만난 이재유 서울시 자립지원전담기관 팀장은 "이곳은 조성 단계에서부터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고민해 만든 공간이다"면서 "자립준비청년이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 홍보는 물론, 편안하게 들려 학업, 일 등 자신의 업무도 하고 또래들과 어울려 교감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자립준비청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센터 내 '카페영'은 청년들이 원했던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로 조성돼 있으며, 여느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곳곳에 편안한 좌석과 노트북 사용 등을 위한 콘센트가 마련돼 있다. 

 


◆ 청년 눈높이에 맞춘 실시간 지원…'카카오톡 채널 운영'


편안한 공간 조성과 더불어 '카페영'에는 청년들의 원활한 정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자립준비청년들이 그 주에 지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과 지원 등을 담은 안내 책자도 곳곳에 비치돼 있다.  매주 업데이트되는 안내 책자 내용은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이 운영하는 SNS와 카카오톡 채널 등의 공지 사항을 담아 놓은 것이다. 


영플러스센터를 운영하는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은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카카오톡 채널'은 컴퓨터보다 휴대폰이, 문자메시지보다 카카오톡 채팅이 편한 청년들을 위해 마련한 소통 창구다.


카카오톡에서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과 친구를 맺으면 몇 번의 터치만으로도 보다 쉽게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의 종류와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은 최근 많은 기업이 이용하는 AI(인공지능)와 NLP(자연어 처리) 기술을 접목한 챗봇을 카카오톡 채널에 도입했다. 그 덕에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 질문을 이해하고 응답하는 시스템으로 실시간 자립준비청년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더불어 카카오톡을 이용한 '24시간 상담전화'도 운영한다. 전화와 채팅, 2가지 방법으로 지원하는 전문가 상담은 평일에는 9시부터 24시까지, 주말에는 9시부터 18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그 이외의 시간인 새벽에도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겨놓으면 아침 9시부터 순차적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다. 


이 팀장은 "최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 청년들의 고립·은둔 현상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자립준비청년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모든 순간에 함께 하기 위해 소통의 창구를 언제나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 교묘해진 청년 대상 범죄…'법률 도움 지원 강화'


최근 청년 대상 범죄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그 방법 또한 교묘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는 인터넷 구인광고 등을 통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모집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며, 대검찰청과 협력해 대대적인 범죄 소탕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구직자 중 62%가 2~30대 청년·사회초년생들이었다. 


보이스피싱 범죄단들은 '법률사무소', '배송 아르바이트' 등 정상 사업장으로 위장해 온라인 구직사이트를 통해 청년들을 유인하고 범죄에 끌어들였으며, 이 사실을 인지하고 나중에라도 빠져나오려는 청년들을 오히려 협박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연루돼 법적인 처벌 위기에 놓인 청년들은 보호자, 법률전문가 등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이를 대신해 줄 만한 어른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혼자이기에 법적 진술 단계에서도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기 쉽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자립지원대책3.0' 중 하나로 '전문 솔루션 회의'를 운영하고, 자립준비청년들이 분야별 전문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변호사, 노무사 등 전문가들이 나서서 청년들이 직면할 수 있는 사기, 소송, 임금체불, 채무 등의 문제 해결을 돕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 팀장은 "접근이 쉽고 지원금이 많은 긴급 의료와는 달리, 긴급 법률은 아직 필요는 하지만 이용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면서 "현장에서 해결책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여 현재 구체적인 지원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 늘어나는 고립·은둔 청년…'전담 인력 배치'


범죄와 더불어 현시대 청년들이 직면한 또 다른 사회적 문제는 고립과 은둔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 개인이 지닌 사회적 연결망과 지지로부터 정서적·물리적으로 끊어진 상태를 말하며, '은둔'은 외출이 거의 없이 본인의 방 또는 집에서만 생활하며 경제활동·구직·학업 등에도 참여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이 둘은 밀접한 관계 있으며 사회적으로 이러한 상황에 놓인 청년들을 아울러 고립·은둔청년이라 지칭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 거주 청년 중 고립·은둔 성향이 있는 청년의 규모는 약 4.5%였으며, 이를 서울시 청년 인구에 적용하면 약 12만6천~12만9천 명으로 추산된다. 


가족이라는 연결고리가 부재한 자립준비청년들 역시 고립·은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은 이들이 더 깊이, 더 길게 고립·은둔 상태에 있지 않고 사람들 속으로 나올 수 있도록 다각도로 세심하게 살피고 다양한 대책을 찾고 있다. 


유 팀장은 "고립·은둔청년이 되면 다른 이들과의 소통을 끊는 경우가 많기에 자립지원청년들이 연락이 잘 안되면 걱정부터 된다"면서 "고립·은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담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립·은둔 초기 단계에 있는 청년들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개별적으로 찾아가 만나고, 이들이 다시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지지할 예정이다. 나아가 이들이 다른 청년들과 어울리는 자조 모임까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오시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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