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12년 만에 현대차증권 정기검사...'퇴직연금 몰아주기' 등 집중점검

등록 2023.10.25 08:00:00 수정 2023.10.25 08:00:24
김두환 기자 kdh7777@youthdaily.co.kr

금감원, 지난주 사전검사 완료...내달 6일부터 본 정기검사 진행 예정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퇴직연금 편중...고용노동부도 '쏠림 현상' 지적
고용노동부, 현대차증권 계열사 편중에 서면점검 통보 및 개선안 요구
금감원 "경영 전반적인 부분 살펴볼 것" vs 현대차증권 "만반의 준비중"

 

【 청년일보 】 금융당국이 현대차증권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다. 현재 사전검사를 마친 상태로, 내달 초부터 한달간 본 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금감원이 현대차증권에 대한 정기검사에 나선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정기 검사에서 최근 증권업계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적돼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건전성 리스크와 그룹 계열사의 퇴직연금 몰아주기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금융당국 및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오는 11월 6일부터 현대차증권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주 현대차증권에 대한 사전검사를 마무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난주 현대차증권에 대한 사전검사를 완료했고, 내달 6일부터 4주간 본 검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현대차증권에 대한 정기 종합검사는 지난 2011년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이번 정기 종합검사를 통해 부동산 PF 리스크와 퇴직연금 몰아주기 여부를 집중 점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주식과 채권운용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가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부동산 PF 관련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현대차증권의 순이익은 245억원으로, 전년 동기(369억원) 대비 33.6% 급감했다. 또 동 기간 영업이익 역시 2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 (487억원)대비 무려 44.5% 줄어든 규모다.

 

현대차증권의 실적 악화는 사업비중이 가장 큰 IB 사업부문의 부진 영향이 적지않았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 상반기 IB부문의 순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8.0% 감소했다. 부동산 PF 사업의 지속적인 위축으로 신규 딜이 감소한 데다가 기존의 위험자산을 정리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실적 악화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재작년부터 부동산 PF에 활발하게 참여해 큰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에 유동성 이슈가 불거지면서 건설 사업장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부동산 PF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돼 왔다. 

 

특히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26개 증권사 중 현대차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이 부동산 PF 부실화로 인해 신용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대차증권은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로 인해 자본적정성 지표가 계속해서 떨어지자 지난 5월에 발행금리 6.50%로 총 1천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순자본비율(NCR)이 신용등급 하향 우려가 있는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신용등급 사수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현대차증권의 부동산금융 상당부분이 중후순위 부동산PF, 브릿지론 등으로 구성돼 질적 위험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요주의이하 자산에서 충당금을 뺀 금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순요주의이하자산비율은 전분기 대비 4.7%p 감소한 10.5%로, 여전히 경쟁사 대비 높은 편이다.

 

 

금감원은 이번 현대차증권 정기검사에서 퇴직연금에 대한 계열사 비중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현대차증권의 경우 퇴직연금의 계열사 의존도가 유독 높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지속돼 왔다.

 

지난 2008년 현대차그룹으로 인수된 현대차증권은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25.43%)를 비롯해 현대모비스(15.71%), 기아(4.54%) 등이 특수관계인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이후 그룹 계열사의 퇴직연금을 전담하면서 퇴직연금 사업을 확대해 왔다.

 

금감원 통합연금포탈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에서 절반 이상(58%, 2021년 기준)을 차지하고 있는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에서 현대차증권의 계열사 비중은 올해 2분기 기준 무려 87.1%다. 2위인 신한투자증권(23.4%), 3위인 KB증권(18.4%)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계열사 비중이 높다.

 

대기업집단이 계열 금융사에 퇴직연금을 몰아주는 것은 그동안 꾸준히 문제로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권은 지난 2015년 총 퇴직연금 적립금 대비 계열사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기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현대차증권은 당시 자율협약에 참여하지 않았다.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그룹 계열사 간 거래가 시너지효과를 발휘할수 있다고 주장해 금융당국과 정부도 어느 정도 이를 받아들였으나, 해가 갈수록 ‘일감 몰아주기’식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퇴직연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두고 볼수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퇴직연금을 가장 잘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자가 자신의 노후 연금자산을 운용해 주길 원하지만, 그룹사의 이익이 우선시되면서 정작 근로자들에게는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증권의 올해 2분기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 2.92%, 원리금 비보장 1.87%인데 계열사 비중 상위권 증권사인 신한투자증권(보장 3.68%, 비보장 2.33%), KB증권 (보장 4.10%, 비보장 5.85%), NH투자증권(보장 3.60%, 비보장 3.18%), 삼성증권(보장 3.59%, 비보장 4.60%)과 최대 4%포인트 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규모에서 2위인 미래에셋증권(보장 3.47%, 비보장 3.03%)과 3위인 한국투자증권(보장 3.86%, 4.57%)와 비교해도 수익률이 낮은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증권의 원리금 비보장 수익률은 유안타증권( 1.17%)과 함께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에 최근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사업자 설명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업무처리 유의사항으로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를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퇴직연금사업자 중 계열사의 적립금 비중이 높은 현대차증권에 서면 점검을 통보하는 한편 개선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지난 9월 금감원도 지난 9월 KB국민은행에 이어 10월 푸본현대생명과 DB손해보험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수시 테마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 시중금리의 고공행진 속에 지난해 말과 유사한 채권금리 급등으로 올 12월 퇴직연금시장에서 급격한 '머니무브' 사태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고, 그룹 계열사 중심 퇴직연금사업자의 물량 몰아주기 현황을 중점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현대차증권의 정기검사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회사의 검사 일정은 비공개가 원칙"면서도 " 올해 하반기 현대차증권에 대한 정기검사일정은 이미 예고된 바 있어, 현재 검사팀에서 현장검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검사는 특정 부분에 그치지 않고 회사 경영의 전반적인 부분을 살펴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현대차증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정기검사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검사에 대비해)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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