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OK금융그룹 노사가 임금인상 부분에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결국 노조가 그 동안 피켓 시위 수준에 그쳤던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 것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고물가·고금리·고유가 등 3고 시대에서 직원들의 임금이 3년째 동결하는 것은 실질적 인금 삭감임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노조의 5% 임금 인상 요구도 묵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25일 저축은행 업계 등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OK금융그룹 지부(이하 OK금융 노조)는 내달 1일 노동절을 맞아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 위치한 그룹 본사 앞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쟁취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노조는 이번 결의대회를 통해 협상을 이유로 미뤄왔던 집회 투쟁을 재개하는 등 본격적인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먼저 전국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주 2회 피켓시위와 6~7월 경 최윤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정무위 소속 야당 국회의원과 함께 공정위원회에서 조사 중인 OK금융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결과를 속히 발표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2022년 말 부실채권을 같은 계열사인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에 908억여원을 매각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빚어진 바 있다.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는 2001년 설립된 OK금융그룹 계열 NPL채권 전문관리회사로, OK금융그룹 오너인 최윤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본 J&K캐피탈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부실채권 매각으로 거둬지는 이익 모두가 최윤 회장에게도 돌아간다는 의혹이 적지 않았다.
OK금융그룹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대부업을 정리하고, 증권사 등 금융사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에 있다. 따라서 향후 금융사 인수과정에서 진행하게 될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를 위해서라도 OK금융 내부에서는 공정위 조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봉선홍 OK금융그룹 노조 지부장은 "통상 조사결과가 6개월이 나오는데 총선 이슈로 인해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만약 '솜방망이' 처벌이 나온다면 집회 및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재조사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OK금융 노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임단협에 돌입했지만, 인금 인상을 두고 양측이 첨예한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그룹은 3조5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미처분이익잉여금에도 볼구하고, 조합원과 직원들의 임금을 3년 동안 동결하고 있는 데다 복리후생 제도 또한 후퇴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조합원의 의견에 따라 임금 인상 및 근로조건 향상을 회사에 요구했지만, 회사는 적자 경영에 임금 인상은 어렵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측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면서 "조합원들은 끝없이 치솟는 고물가에 회사의 임금 동결 정책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사측은 저축은행 업황 부진을 이유로 임금 인상이 힘들다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79개 저축은행은 총 5천5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OK금융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71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이 역시 전년(1천387억원) 대비 절반(48.7%) 수준에 그쳤다.
한편, OK금융 노조의 이 같은 투쟁은 지난해 3월 이후 약 2년 1개월 만이다.
노사는 2022년 2월 교섭 이후 20차례가 넘는 만남에서도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노조는 지난해 3월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를 부당노동 행위로 고발하면서 노사간 대화는 사실상 단절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신청 철회를 조건으로 노사간 대화가 재개되면서 양측은 직원들의 임금인상을 포함, 사내 복지 향상 등 다양한 안건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약 6개월 만에 파행을 맞이했다. 노조는 "사측이 국정감사 이후 협상태도를 180도 바꿔 최근까지 불성실한 교섭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지난 3월 투쟁선포식을 열고 주 2회 피켓시위 등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봉 지부장은 "OK금융그룹 임금이 3년째 동결인 상황에서 회사는 기본급 5% 인상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직원 리프레시 휴가 및 휴가비에 대해서도 조합원에게만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주장을 내놓는 등 조합원과 일반 직원을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