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제활동 인구가 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특정한 이유 없이 어떠한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 '그냥 쉼' 청년과 장기간 구직에 실패한 '장기실업자' 청년층이 급증하고 있다. 그냥 쉼 청년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장기실업자 수도 IMF 사태 이후 최고치에 육박했다. 청년층이 마주하고 있는 어려운 구직 현실을 짚어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업체들의 노력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上) "한국경제 역동성에 직격탄"...장기 백수 5명 중 3명 '청년층'
(中) "꿈? 그런 거 없습니다"…'그냥 쉼' 청년, "역대 최고"
(下) 취업 문턱에 "숨이 턱~"...올해 채용문도 '바늘구멍'
【 청년일보 】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급기야 '그냥 쉼', '장기실업'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취업의 문턱마저 좁아지고 있다.
13일 구직 관련 커뮤니티에는 "예년보다 채용규모가 줄어들었다" 또는 "경력직 위주로 사람을 구해 신입으로 지원할 곳이 마땅찮다"는 청년 구직자들의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다.
◆ 대기업 10곳 중 6곳(57.5%), 하반기 신규채용 없거나 계획 미정
실제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지난 8월 매출액 500대 기업 인사담당자(응답 120개사)를 대상으로 '2024년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10곳 중 6곳(57.5%)은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하반기 조사와 비교하면, 올 하반기 '채용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17.5%)은 0.9%p 증가했고, '채용계획 미정'이라고 응답한 기업(40.0%)은 8.0%p 감소했으며, '채용계획을 수립'한 기업(42.5%)은 7.1%p 늘었다.
한경협은 "올 하반기 채용계획을 수립한 기업 비중이 작년보다 늘어난 것은 최근 기업들이 수시채용을 확대하면서 대규모 인력을 정해진 기간에 뽑는 공개채용과 달리 채용시기‧규모 등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채용계획 수립 부담이 완화된 영향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로 '수익성 악화·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경영'(23.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부진(20.6%) ▲필요한 직무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 어려움(17.5%) 순으로 응답했다.
기업들은 하반기 채용시장 변화 전망에 대해 '수시채용 증가'(2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경력직 채용 확대(20.5%) ▲기업문화 적합도(컬쳐핏)에 대한 고려 증가(15.5%) ▲중고신입 선호 현상 심화(14.6%)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신기술 분야 채용 확대(13.2%) 등의 순으로 올 하반기 채용시장 변화를 내다봤다.
또한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기업들은 정작 원하는 인재를 찾지 못해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 관련 애로사항으로 '적합한 인재 확보의 어려움'(3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직군으로는 '연구‧개발직'(28.8%)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어 ▲전문‧기술직(27.1%) ▲생산‧현장직(20%) 순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대졸 신규채용 확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개선과제로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고용 확대 유도'(37.5%)를 꼽았다. 이 외에도 ▲고용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27.5%) ▲신산업 성장동력 분야 기업 지원(12.5%) 등을 답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하반기 세계경기 둔화 우려, 내수부진, 경기심리 악화 등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들의 보수적인 채용이 예상된다"면서 "신규채용 확대를 위해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입법 논의를 지양하고, 각종 지배구조‧진입규제를 완화해 신산업 발굴과 기업투자‧고용 확대를 유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화' 불황에도 대규모 채용…정부·지자체 '청년-기업 연계' 분투
이같이 좁아진 취업의 문턱에도 일부 업종에서는 채용규모를 확대하며 '청년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올 상반기 괄목할만한 실적을 올린 한화그룹 방산 3사가 지난 9월 말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공개 채용을 진행했다.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3사의 합산 채용 인원만 600명 안팎으로 이 규모의 채용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 상반기 매출 4조6천343억원, 영업이익 3천962억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대비 각각 17.4%, 31.8% 늘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한화시스템도 같은 기간 182% 증가한 1천1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한화오션은 영업이익 433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대규모 채용에 "방산 3사가 최근 급격해진 시장 확대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며 "그레이트 챌린저(Great Challenger) 정신에 부합하는 인재를 채용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 청년과 기업을 매칭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8일 고용부와 충청북도가 공동 주최한 취업박람회에는 심텍, 스템코, 청호나이스, CJ푸드빌 등 70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 기업이 목표로 한 채용인원 수는 664명이다.
올해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충북과학기술혁신원 등 도내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지방공공기관 채용관'도 문을 열어 내년도 채용 전형 정보 등을 제공했다.
오는 23일까지 운영되는 온라인 채용관에서는 이들 기업 외에도 130개 기업이 추가 참여한 가운데 취업 연계 서비스를 이어간다.
경기 용인시도 지난 11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300여명 채용을 목표로 2024년 하반기 일자리박람회'를 개최했다.
박람회 주요 참가 기업은 티마트, 로체시스템즈, 제이솔루션, 미래컴퍼니, 이케아 코리아 유한회사, 마니커에프엔지, 롯데후레쉬델리카, 태광컨트리클럽, 아성다이소,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상현운수, 선인 등이다.
한편, 고용부는 민간의 양질의 일자리창출 성과를 격려하고 확산하기 위해 매년 100개 기업을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해 왔다.
올해 선정된 주요 기업으로는 청년채용 확대를 위해 사원급 임금을 평균 13% 인상하는 등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청년채용 비중을 70% 이상으로 유지한 '신세계아이앤씨', 제대 군인 채용과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노력한 'LIG넥스원', 야간근무직원을 위해 24시간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에스포항병원' 등이 있다.
김문수 장관은 수상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며 "정부는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노동개혁과 규제혁신을 통해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