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및 증권, 보험 등 금융사들의 올 3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5대 은행은 전년 동기 보다 증가한 누적 12조6천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냈다. 증권사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실적 희비가 교차했고, 보험업권은 대체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 호조를 누렸다. 올 3분기 각 금융업권의 실적과 더 나아가 4분기를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上) "대출수요 덕에 이자이익 호황"...5대 은행들 '역대급' 실적 달성
(中) 증권사, 올 3분기 실적 '엇갈린' 행보...대형사 '맑음' 중소형사 '흐림'
(下) 손보업계, 올 3분기 최대 실적 ‘경신’…생보사업계는 '희비' 교차
【 청년일보 】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출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자이익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고,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도 1년 전보다 늘어났다.
지방은행들도 3분기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과의 대출 경쟁, 지역 경기 침체 등 악재 속에서도 선방한 모습이다.
◆ 5대 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 12조6천886억원…전년比 4.7%↑
17일 각 은행의 실적을 종합하면 5대 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조6천886억원으로 전년 동기(12조1천241억원) 대비 4.7% 증가했다. 3분기만 놓고 보면 이들은 총 4조4천326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신한은행이 3분기 누적 3조1천28억원의 순이익으로 선두를 지켰으며, 2조7천808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한 하나은행이 2위에 올랐다. 이어 ▲국민은행(2조5천385억원) ▲우리은행(2조5천244억원) ▲농협은행(1조6천561억원) 순이다. 1분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의 영향이 컸던 국민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의 실적이 1년 전보다 성장했다.
5대 은행은 3분기까지 총 31조4천383억원의 이자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30조9천366억원) 대비 1.6% 증가한 규모로, 3분기에 거둔 이자이익만 10조3천755억원에 달한다. 이는 빠르게 불어난 대출 실적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대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났고,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이 9월로 밀리자 막차 수요까지 더해져 가계대출 규모가 폭증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분기에만 22조3천948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주문에 따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해 왔던 것도 이자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비이자이익의 성장세도 호실적을 뒷받침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4조569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4천750억원) 대비 16.8% 늘었다.
특히 은행들이 자산관리(WM)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5대 은행의 3분기 수수료이익은 1조2천36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0.9% 늘었다. 누적 기준 수수료이익은 3조6천873억원에 달한다.
◆ 가계대출 풍선효과에...지방은행 3분기 호실적
3분기 지방은행들도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과의 대출 경쟁, 지역 경기 침체 등 악재 속에서도 선방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가계대출 풍선효과의 덕을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지방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린 결과라는 것이다.
지방은행 4곳(부산·경남·전북·광주은행)과 iM뱅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5천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4천740억원) 대비 5.7% 증가한 수치다. iM뱅크의 경우 지난 5월 시중은행으로 전환했지만 대구·경북 지역 여신 비중이 73%로 아직 지방 영업에 의존하는 부분이 상당하다.
경남은행을 제외하면 이들 은행의 실적은 지난 2분기보다 좋았다. 특히 iM뱅크의 3분기 순익은 전 분기 대비 46.1% 증가하며 가장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북은행 7.1%, 부산은행 5.6%, 광주은행 2.7% 순으로 순익이 증가했다. 경남은행은 지난 2분기 양호한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순익이 16.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호실적의 배경에는 가계대출 규제의 풍선효과가 지목된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규제가 다소 느슨한 지방은행으로 몰리면서 반사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던 지난 7~9월 소비자들이 지방은행 문을 두드리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 부산은행은 1조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특판을 진행해 13일 만에 완판했다. 5년 고정금리형에 최저 금리는 2.94%로 우대 사항이 없어도 3% 초반대에 대출이 가능했다. 당시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억제로 주담대 최저금리를 연 3.5% 위로 올린 상황이었기에 큰 인기를 얻었다.
비슷한 시기 iM뱅크의 경우 연 최저 3.25%의 금리를 제공하자 문의가 폭증하면서 신규 주담대 접수를 막기도 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대출금리를 올린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일찌감치 4%대에 진입했던 반면 지방은행은 비교적 최근에야 4% 초·중반대에 들어왔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경우 대출 상품 경쟁력이 높아 우량 고객들이 많이 유입됐다”며 “수도권 고객 유치를 위해 금리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기에 접어든데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도 지속되면서 영업확대도 어려워지면서 은행권의 이자이익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거세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4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NIM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대출 성장 둔화에 따라 이자이익이 감소하는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며 "그러나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개선, 신용위험 완화에 따른 대손비용 감소 등으로 내년도 은행업의 수익성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