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꼬인 실타래 풀렸지만...MG손보 매각, 실사 재추진에도 ‘뇌관’은 여전

등록 2025.03.10 08:00:01 수정 2025.03.10 08:00:08
신정아 기자 jashin2024@youthdaily.co.kr

 

【 청년일보 】 지난 수개월간 난항을 겪어오던 MG손해보험(이하 MG손보)의 매각 작업이 조금씩 진전을 보이는 모양새다. 담보 상태에 놓였던 실사 진행이 최근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와 우선협상대상자인 메리츠화재와 함께 향후 추진 일정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MG손보 매각은 메리츠화재의 자산부채이전방식을 고수, 고용승계 불확실성에 MG손보 노동조합이 약탈적 자본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적잖은 진통을 겪으며 안갯속 국면을 이어갔다.

 

지난해 결의대회를 이어가던 노조는 급기야 매각 위탁기관인 예보 본사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하며 현장 농성을, 금융위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전개하는 한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의 실사작업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온 것도 사실이다.

 

MG손보는 지난 1947년 국제화재로 설립된 이래 2001년과 2012년에 걸쳐 두 차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데 이어 10년 만인 지난 2022년 4월 또 다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좀처럼 경영안정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예보는 금융위로부터 MG손보의 공개 매각을 위탁받아 매각작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MG손보 매각은 3차례의 공개 매각과 재공고 입찰 유찰을 거치는 등 이렇다할 인수자를 못 찾으며 결국 수의계약으로 전환돼 지난달 12일 입찰에 참여한 메리츠화재를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 실사 등 후속 작업에 나선 바 있다.

 

다만 실사 단계에서부터 MG손보 노조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매각작업에 차질을 빚는 등 공회전을 거듭하며 좀 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MG손보 노조가 매각을 반대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메리츠화재가 완전한 고용승계에 합의하지 않는 데 있다는게 정설이다.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동종업계 보험사라는 점에서 업무 중복 등 비효율성 해소를 내세워 고용승계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메리츠화재가 자산부채이전방식을 공식화했다는 점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MG손보 노조는 생존 문제를 두고 금융위와 예보를 상대로 수차례에 걸친 결의대회를 열고 메리츠화재로의 매각 반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결정 자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실사작업 역시 실질적으로 저지해왔다.

 

그러다 최근 진전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MG손보 노조는 당초 메리츠화재가 실사를 위해 요구했던 115개 자료를 55개로 범위를 좁히는 조건으로 실사에 동의하면서 실사작업이 재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MG손보 노조는 실사 이후라도 고용승계가 보장되지 않는 매각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이를 둘러싼 양측간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잠재돼 있는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는 MG손보 매각은 쟁점인 고용승계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난항을 거듭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간 의견 합치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MG손보 노조는 이미 실사 동의란 용단을 통해 한발짝 양보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에 맞춰 정부 등 나머지 이해관계자들도 이에 상응하는 대안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융당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MG손보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청산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MG손보 매각을 둘러싼 본질적인 문제가 일자리의 지속이라는 근로자들의 생존 이슈와 직결돼 있따는 점에서 보다 신중하고 대승적 차원의 접근 방식도 필요해 보인다.

 

600명이 넘는 MG손보 직원들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린다는 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코 좋은 선례가 될 수도 없다. 청산이란 겁박보다는 실질 위기에 놓인 근로자들을 위한 포용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49길 23, 415호 (양평동4가, 아이에스비즈타워2차)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편집국장 : 성기환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