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CU 홍대상상점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라면을 먹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5/art_174409893167_a4a7f7.jpg)
【 청년일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로 국내 식품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식품업계는 관세 조치에 그치지 않고, 수입 규제나 통관 지연 등 이른바 '비관세 장벽'도 뒤따를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K-푸드 수출 기업들은 단기적 무역관세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 마련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각)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연설에서 광범위한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주요 무역국가에 관세를 책정하며 한국의 관세율을 25%로 제시했다. 이 여파로 국내외 증권시장이 출렁였고, 국내 식품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K-푸드는 글로벌 식품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수출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지난해 수출액은 70억2천만달러로 2015년 대비 2배 증가했다.
특히 10년간 품목별 수출 성장률은 라면이 20.1%로 가장 높았다. 이어 건강식품(11.9%), 조미김(11.3%) 등도 호조세를 보였다.
지난해 K-푸드 상위 수출국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순으로 나타났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수출 1위 국가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변동됐고 베트남(6위→4위), 필리핀(7위→5위) 등 동남아 국가도 크게 약진했다.
이처럼 미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국으로, 관세 부과의 직격 영향권에 있어 미국에 공장이 없고 수출 비중이 높은 K-푸드 기업들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 삼양·대상 등 수출기업 관세 충격 우려…CJ·농심 등 현지 생산 기업은 한숨 돌려
이번 트럼프發 관세 타격이 가장 우려되는 기업은 삼양식품이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 속에 지난해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이 중 미주 비중이 28%에 달한다.
삼양식품의 경우 수출물량 모두 국내 생산 후 수출하는 구조인 만큼 관세 부과 시 가격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시각이다. 다만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중단기 실적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전량 수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 가격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면서도 "‘불닭’의 고가 라인 포지셔닝 정책 및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감안하면 중단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TF팀을 구성해 여러가지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국내 김치 수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대상도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1억6천400만달러(약 2천400억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이 전년 대비 27% 확대됐다.
이 중 대상 종가 김치는 지난해 수출액 9천400만달러(약 1천379억원)를 차지하며 전체의 57%를 기록했다.
대상은 일부 현지 생산을 병행하지만 대부분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미국에 생산 거점을 보유한 CJ제일제당, 농심, 풀무원 등은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다.
먼저 CJ제일제당은 미국 내 약 20개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관세 정책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분석이다.
현재 회사는 현지에서 만두, 피자 등을 생산 중이며, 자회사인 슈완스가 사우스다코타 주 ‘수폴스(Sioux Falls)’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도 건설 중에 있다.
농심은 앞서 2005년 미국 LA에 첫 공장을 설립했고 2022년에 2공장을 가동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2공장에 신규 증설라인도 가동하며 신라면 등 주요 제품 생산량을 확대 중이다.
CJ제일제당과 농심 관계자 역시 "현재 미국에 공장이 있어, 추후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풀무원 역시 현재 미국 동부에 두부 공장을 증설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2021년과 2023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풀러튼 공장의 두부 생산라인과 길로이 공장의 생면 생산라인을 각각 증설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를 설립한 오뚜기는 미국 현지에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국내 식품업계는 이번 관세 조치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관세 부과 이후 비관세 장벽이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덴마크에서의 불닭볶음면 리콜 사태가 비관세 압박의 신호탄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입 절차 강화, 안전기준 강화, 원산지 인증 강화 등 다양한 형태의 비공식 규제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공식 대응의 서막이라면, 이후에는 수입 규제나 통관 지연 등의 비공식적 장벽이 뒤따를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전략적 외교 대응과 업계의 리스크 분산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