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는 구직자.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7/art_17455649921281_03e107.jpg)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과제가 됐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로 정치권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에 시동을 걸고 있다. 본격적인 '정년 연장' 제도 재설계를 논의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60세 시대는 옛말"…노동시장 논쟁 재점화
(中) '정년 연장' 입법 탄력…"청년층 일자리 함께 유지해야"
(下) '정년 연장' 앞에 선 세대 갈등…"노동시장 구조 재편해야"
【 청년일보 】 정년 연장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퇴직 시점이 늦춰지는 문제를 넘어, 인구 구조 변화, 노동시장 재편, 기업 운영 전략, 세대 간 고용 균형 등 복합적인 이슈가 얽힌 사회적 논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구조적인 과제들이 본격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 고령화 ‘가속’…정년 연장, 더는 먼 얘기 아냐
27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져 2045년에는 국민 셋 중 한 명 이상(37.3%)이 65세 이상이 될 전망이다.
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계속 줄고 있다. 청년층 인구 감소와 맞물려 노동시장 내 고령층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622만3천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600만명을 돌파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단순 생계 유지 목적을 넘어서고 있어 '더 오래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법정 정년은 대부분 60세로 설정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정년 이후 일자리'가 확산되는 추세다.
일부 대기업은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통해 1~2년간 고용을 연장하고 있고, 중소기업과 공공기관 등은 인력난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고령 근로자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현장의 변화는 정부나 정치권의 입법 논의보다 앞서가는 중이다. 특히 중소 제조업, 운수, 청소, 경비 등 고령 친화 업종에서는 실질적인 정년이 이미 65세 이상으로 늘어난 경우도 많다. '정년'이라는 개념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셈이다.
◆ 청년층, ‘정년 연장’이라는 단어에 불안...취업난 등 때문
다만 문제는 정년 연장 논의는 청년층의 불안감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고용 불안과 취업난 속에서 고령층의 장기 근속이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지고, 조직 내 승진 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처럼 정원과 계층 구조가 뚜렷한 조직일수록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 축소를 단순히 고령층 책임으로 돌리는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구 구조 변화, 산업 고도화, 직무 다양성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있는 만큼, 단일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년 문제는 세대 간 긴장 요소를 내포하고 있지만, 고령층과 청년층 간 대립 구도로만 접근하면 실질적인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누가 자리를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지속 가능한 노동 환경을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제는 '정년을 몇 세로 할 것이냐'보다, 생애주기 전체를 고려한 노동시장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정년’의 의미부터 다시 짚어야 할 시점...정년 개념 자체 '무의미'
아울러 정년의 개념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연령 기준보다 직무와 성과 중심의 고용이 확산되면서, '60세 정년'이라는 기준이 더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IT와 전문직군 등 일부 산업에서는 이미 정년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들도 점차 연령보다 역량과 성과를 중심으로 고용 판단을 내리고 있으며, 일부는 직무 전환이나 재교육 등을 통해 고령 인력을 조직 내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향후 제도 개편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정년 연장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넘어, 고령 인력 활용전략과 세대 간 고용 균형을 위한 복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년 연장은 단순한 연령 문제가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 전체의 적응 문제"라며 "정치권 논의보다 현장 변화가 더 빠른 만큼, 이제는 제도보다 인식이 먼저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