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522/art_17484807965759_81bead.jpg)
【 청년일보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대선을 닷새 앞둔 29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이는 내수 부진과 수출 불확실성 속에 소비·투자 활성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통화 완화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0.25%포인트(p) 낮췄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사이 네 번째 인하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2%를 기록하며 역성장을 보인 가운데,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전쟁 여파로 수출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에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 방어막을 세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생각보다 더 좋지 않은 경기 상황이 지표로 속속 확인되면서 여러 기관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한은도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0.7%로 무려 1.0%p 하향 조정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6%에서 0.8%로 크게 낮췄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전망치 역시 4월 말 기준 0.8%에 불과하다.
한은 또한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0.7%p 낮췄다. 불과 석 달 만의 조정이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처음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며 통화정책의 방향을 완화로 전환한 이후, 11월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이어 올해 2월 다시 인하를 재개한 후 지난달에는 동결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번에 다시 인하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에는 1천500원을 넘보는 원·달러 환율이 부담 요인이었으나, 최근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는 분석도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9일 미국 상호관세 발효 이후 장중 1천487.6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달러 약세로 반전되며 26일에는 장중 1천360.4원까지 하락했다. 7개월 만의 최저치다.
그러나 지속적인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추경 등 재정정책이 병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만 낮춘다면,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4.25∼4.50%)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2.00%p까지 벌어진 점도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으로 들썩인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가 하반기 다소 안정될 것"이라면서도 "낮아진 금리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이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겹쳐 부동산·가계부채가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746조4천917억원으로, 4월 말(743조848억원)보다 3조4천69억원 증가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한은 금리 인하로 미국과 차이가 벌어진 것도 부담"이라며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을 크게 밑돌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만으로 경기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조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제약적일 것으로 본다"며 "여전히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나 여건이 완화적이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좀 낮아진다고 가계나 기업이 돈을 많이 빌릴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올해 들어 경기 부진 대응의 무게 중심이 통화정책에서 추경 등 재정정책으로 넘어갔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과 시장은 0%대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는 공감대 아래, 하반기에도 한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추가로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