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국가산업단지 야경.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833/art_17549871887062_985350.jpg)
【 청년일보 】 국가 기간산업인 석유화학 업종이 중국발(發)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경영난에 휩싸이고 있다. 업황 악화로 인한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재무 구조가 악화된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업계 '양대산맥' 격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비주력 사업 매각 등 고강도 자구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태광산업 역시 불황 여파로 생존 절벽에 내몰리면서 신사업으로 화장품·에너지·부동산 개발 등의 신사업을 추진하며 사업 구조 재편 작업을 추진하는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치열하다.
12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업 전반적으로 다운사이클(침체기)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현금 창출력이 저하된 탓에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특히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 석유화학·기초화학 부문에서 각각 904억원, 2천1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경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적자 규모가 불어나 재무 상황이 악화되자 비주력 사업 매각에 나서는 등 재무 구조 개선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LG화학의 경우 지난 6월에 워터솔루션(수처리필터) 사업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약 1조4천억원에 매각했다.
워터솔루션 부문을 매각한 대신 3대 신성장 사업(전지 소재·친환경 소재·신약)에 역량과 리소스 집중을 해나가겠다는 것이 LG화학의 구상이다.
최근에는 생명과학사업본부 내 에스테틱 사업을 VIG파트너스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양도가액은 2천억원으로 매각 목적에 대해 LG화학 측은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도 대구 국가 물 산업클러스터에 있는 연면적 5천775㎡ 규모의 수처리 분리막 생산 공장을 시노펙스멤브레인에 매각하며 사업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각 금액은 비밀 유지 의무에 따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및 신성장 사업 강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수처리 사업을 매각하게 됐다는 것이 롯데케미칼 측의 설명이다.
태광산업의 경우 본업인 석유화학 산업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경영난 극복을 위한 일환으로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등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 '청사진'을 발표했다.
그러나 신사업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추진한 교환사채(EB) 발행에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동, 법적 분쟁으로까지 비화되며 자금 확보가 막힌 상태다.
이처럼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장기적 불황의 근본적 원인은 중국이 2010년대 들어 범용 제품 자급화를 선언한 것에 기인한다. 이후 중국 석유화학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공급과잉' 구조가 형성됐고, 중국산 저가 제품 물량 공세에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졌다.
국가 기간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 산업이 장기 불황의 터널을 걷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부의 신속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5대 기간 산업이기도 한 석유화학의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석유화학 산업은 화학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전·후방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되 있는 만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지원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석유화학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이라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마찬가지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석유화학이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규모가 커지고 기술이 복잡해진 만큼 관(官) 주도의 구조조정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명예교수는 "과거처럼 모든 것을 틀어쥐고 좌지우지하는 관치가 아닌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 교통 정리를 해주는 선에서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