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전경. [사진=현대중공업]](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1042/art_17605905051713_848f12.jpg)
【 청년일보 】 HD현대중공업이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하며 정규직 노조와의 합의를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사내 협력업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안까지 사실상 확정하며 노조법 2·3조 개정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조선업 호황 속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권리 투쟁이 강화되고, 법적 변화가 목전에 다가오자 '원청 사용자성' 압박에 HD현대중공업이 결국 굴복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중공업은 정규직 노조와의 임협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 격려금 약속'을 통해 교섭 타결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노조 집행부가 고공 농성을 해제하는 조건 중 하나가 되었던 이 약속은, 법적으로는 원청의 교섭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이 하청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직접 개입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호의를 넘어, 이미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의 핵심 내용인 '원청의 실질적 지배·결정력'을 스스로 인정하고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경영계는 이번 조치가 '고육지책(苦肉之策)'이자 '미래 경영 안정을 위한 선제적 투자'라는 입장이다.
격려금 지급과 관련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협력사에 지급된 '경영목표 달성 장려금은 무재해 달성, 이익 창출 등 당사의 경영목표 달성에 기여한 협력사 근로자의 사기 진작 및 장기근속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직영 단체교섭 타결에 따른 격려금과는 다른 성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정규직 임금 합의와 함께 하청 노동자 격려금을 지급함으로써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고, 곧 다가올 MASGA 프로젝트 등 대형 사업에 대비해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계 관계자는 노조법 2·3조의 파급력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그는 “이번 하청 격려금 지급은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임금에 직접 개입한 선례가 되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담이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은 이미 HD현대중공업과 같은 대기업의 고임금 인상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킨다고 비판해왔다. 여기에 더해 노조법 2·3조 시행이 임박하자 하청 문제까지 원청이 책임지게 되면서, 인건비 폭등과 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전국적으로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이번 조치가 다른 조선사들에게도 '하청 보상'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노동계는 이번 HD현대중공업의 조치를 하청 노동자 투쟁의 승리이자 노조법 2·3조 개정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발휘된 결과로 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와 사내하청지회는 회사의 격려금 지급 결정을 환영했다. 이는 하청 노동자가 현장에서 실제로 원청의 지배를 받는 '진짜 사용자'가 원청임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하청지회는 "원청의 격려금 지급 약속은 20년간 이어진 하청 투쟁의 결실"이라며, 이번 합의가 노조법 개정 이후 '원청과의 단체 교섭 의무'를 쟁취하기 위한 징검다리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단발성 격려금 지급에 만족하지 않고,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해소와 고용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원청에 요구하며 투쟁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의 임단협 타결이 조선업계 노사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알리는 서막에 불과함을 시사한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