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갚으면 잔여 채무 면제"…취약계층 '청산형 채무조정' 확대

등록 2025.10.23 12:09:23 수정 2025.10.23 12:09:23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미성년 상속자·금융범죄 피해자 등 새롭게 지원 대상 포함
이억원 "도덕적 해이 과장…서민금융, 시장 한계 보완 장치"

 

【 청년일보 】 채무조정을 받는 취약계층이 일정 금액만 상환하면 잔여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청산형 채무조정' 제도의 문턱이 낮아진다. 미성년 상속자와 금융범죄 피해자 등 새로운 취약계층까지 제도권 안으로 포용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확대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서민금융 및 채무조정 현장 간담회를 열고, 취약계층의 채무조정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 중인 '청산형 채무조정' 제도의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청산형 채무조정은 기초생활수급자, 고령자, 중증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받은 뒤, 조정된 채무의 절반 이상을 3년 이상 성실히 상환하면 잔여 채무를 전액 면제해주는 제도다.

 

결과적으로 전체 원금의 약 5%만 갚으면 남은 빚이 면제되는 셈이다. 현재 지원 한도는 채무 원금 1천500만원 이하로 제한돼 있지만, 금융위는 '새도약기금' 운영 사례를 감안해 상한선을 확대하기로 했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연체된 5천만원 이하의 채무를 조정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개선안에는 미성년 상속자와 금융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미성년자가 부모 등 가족의 빚을 상속받아 연체나 채권 추심에 시달리는 사례가 잇따르자, 금융위는 미성년 상속자도 청산형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미성년 상속자도 3년 이상 일정 금액을 성실히 상환하면 잔여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또한 금융범죄 피해자는 최근 신규 대출 비중이 높더라도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고의적인 상환 회피를 막기 위해 '신청 직전 6개월 내 신규 대출이 전체 채무의 30%를 넘으면 조정 제한' 규정이 있었으나, 금융범죄 피해자는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채무조정 의결 과정에서 대부업체의 과도한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채권금융회사의 의결권 기준을 '채권 총액'에서 '채권 원금'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초고금리 등 반사회적 대부계약의 무효화에 대한 홍보 강화도 병행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과감한 채무조정 정책이 도덕적 해이나 성실 상환자와의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신용카드 사태 이후 20년 넘게 이어진 채무조정의 역사 속에서도 도덕적 해이 문제는 우려만큼 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채무불이행의 원인이 단순히 개인의 무책임 때문만이 아니라, 실업과 질병 등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채무감면은 사회적 복원력 회복을 위한 바람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 "금융회사의 신용평가 체계가 완벽하지 않아 7~15% 구간에서 '금리 단층'이 발생하고 있다"며 "예상 부도율이 높게 평가된 저신용·취약계층은 대출 접근이 어렵고, 가능하더라도 기계적으로 고금리를 적용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이 완전하지 않은 만큼, 서민금융은 이러한 시장의 한계를 보완하는 공적 장치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제도 개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어려운 사람일수록 대출이자율이 더 높다. 너무 잔인하다"는 최근 발언과도 맥을 같이한다. 금융당국은 제도 보완을 통해 채무조정 사각지대를 줄이고, 취약계층의 재기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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