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공세에 그린워싱까지 "이중고"...'벼랑' 끝에 몰린 찰강업계

등록 2025.10.24 08:00:00 수정 2025.10.24 08:00:08
이성중 기자 sjlee@youthdaily.co.kr

반덤핑 관세로 시장 방어… 탈탄소 투자 재원 확보 난항
'매스 밸런스' 논란 그린워싱 꼬리표와 투명성 요구

 

【 청년일보 】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 및 일본산 저가 철강재 공세에 맞선 반덤핑 관세라는 방어막을 세우는 동시에, 그린워싱 논란이라는 내부의 압박에 직면하며 사상 유례없는 '이중 시련'을 겪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무역 구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탈탄소 전환 과제는 여전히 '수익성 악화'와 '환경 규제'라는 두 개의 딜레마에 갇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과 일본에서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의 열연강판과 후판 등 주요 철강 제품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국내 철강 시장의 가격 질서가 크게 흔들렸다. 이는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을 급격히 악화시켜 미래 기술 투자 재원 마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대제철은 결국 지난해 말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조사를 제소했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정부 무역위원회 관계자는 중국 및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최대 33%가 넘는 고율의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무역위원회는 자료를 통해 "덤핑 사실이 인정되고, 그로 인한 국내 산업의 실질적 피해가 확인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조치를 통해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친환경 전환을 위한 여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철강업계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저가 공세를 막기 위한 외부의 방어막을 얻는 과정에서도, 내부적으로는 '그린워싱' 이라는 더 큰 윤리적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매스 밸런스(Mass Balance)' 방식으로 '탄소 저감 강재'를 홍보하는 행위가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됐다. 이 방식은 실제 탄소 감축 효과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제품에 감축량을 몰아 '무탄소' 또는 '친환경' 이미지를 부여하는 '서류상의 눈속임'으로 해석되면서 소비자 기만 논란을 낳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친환경이라고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하며 "소

비자의 합리적인 구매·선택을 방해하는 거짓·과장 광고 행위에 대해 조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철강업계는 반덤핑 관세 부과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수익성 회복이 곧 탈탄소 투자의 생명줄이라는 절박한 목소리를 냈다. 장기간의 저가 경쟁과 더불어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한 수소환원제철 전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시장 방어를 통한 수익 기반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조치로 국내 시장의 질서를 회복해야만,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과 같은 미래 친환경 전환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고 호소했다. 이어 "매스 밸런스 등은 기술 전환 과정의 불가피한 과도기적 조치였으나, 앞으로는 투명성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탄소 감축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저가 수입재 공세와 그린워싱 논란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정부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친환경 설비 투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환경단체는 철강업계의 '그린워싱' 행위 근절과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반덤핑 조치로 얻은 수익이 석탄 기반 생산 시설의 수명 연장에 쓰여서는 안 되며,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무탄소 생산으로의 전환 로드맵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철강업계는 '무역 전쟁'과 '기후 전쟁'이라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 정부의 보호와 규제, 그리고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철강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35길 4-8, 5층(당산동4가, 청년일보빌딩)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회장 : 김희태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