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 사건 발생 2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피의자 신병을 확보했다. 그러나 수사 외압 의혹의 중심에 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향후 수사 동력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명현 특별검사가 이끄는 해병대 순직사건 특별검사팀이 지난 7월 공식 출범한 이후 첫 구속 사례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수색 작전을 지휘하던 중 채수근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게 된 데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아울러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도 함께 제기했다.
특검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사고 당시 부대원들에게 구명조끼 등 기본적인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바둑판식 수색' 등 무리한 작전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미 작전통제권이 육군으로 이관된 상황에서 원소속 부대장으로서의 '지원 범위'를 넘어, 직접 수색 경로와 방법을 지시하는 등 임의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은 "작전통제권이 없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8월 특검에 출석하며 "사단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고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임 전 사단장은 이번 사건의 본질인 '수사 외압 의혹'과도 깊게 연루된 인물이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단계에서 혐의자로 특정됐다가, 이른바 'VIP 격노' 이후 혐의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후 경북경찰청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했지만,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송치' 처분이 내려졌다.
이후 특검은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조직적으로 수사에 개입하거나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자들을 차례로 조사해왔다. 그러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핵심 피의자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수사 추진력은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되나 주요 혐의는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에 대한 영장도 같은 이유로 모두 기각됐다.
앞서 특검은 지난 20일 이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6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 직후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가 경찰에 이첩되지 않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박정훈 대령(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보직 해임 및 항명 수사, 국방부 조사본부로의 사건 이관 과정에서도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전 보좌관 등 나머지 피의자들도 사건 이첩과 회수, 항명 수사 지시 등 각 단계별로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특검팀이 계획했던 '윗선 수사'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당초 특검은 이 전 장관의 구속을 발판 삼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핵심 인물의 신병 확보가 무산되면서 향후 윤 전 대통령 관련 수사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