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025년 국내 부동산 시장의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해외 자본(캐피탈, 연기금, 글로벌 투자은행 등)의 공격적인 유입이다.
이들의 투자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며, 특히 수익성이 높은 월세 시장과 기업형 임대주택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실제 데이터도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해외 자본 투자액은 7조5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급증했다.
최근 10년간 매년 최소 20억달러 이상이 유입됐으며, 모건스탠리, 영국계 부동산 투자사 M&G리얼에스테이트, 캐나다 연금위(CPP Investments) 등 글로벌 대형 기관들은 국내 기업과의 조인트벤처 설립, 오피스텔·연립주택 등 비아파트 임대주택 매입을 확대하며 월세 중심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오피스, 물류 등 전통적 상업용 부동산 분야에 주력했던 M&G리얼에스테이트는 지난 7월 SK디앤디의 자회사 DDPS와 공동 투자 형태로 서울 중구 황학동 임대주택을 인수하며 국내 월세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전문가들은 해외 자본 유입의 주요 배경을 정부의 기업형 임대주택 규제 완화와 전세사기 사태 이후 급증한 전세의 월세 전환 수요로 분석했다.
1인 가구 및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중소형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면서, 해외 자본은 한국 주거 시장을 안정적인 장기 수익형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iM증권의 배세호 애널리스트는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주거용 임대 시장은 이제 막 시작됐다”라며 "전세 사기 이슈 이후 전세 제도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만큼 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는 월세 시장은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해외 자본의 유입은 시장의 고급화와 대규모 공급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으나, 내국인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성을 위협하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가 수익 목표를 최우선으로 두기 때문에, 임대 주택 매입·고급화 이후 공격적인 월세 인상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월세 인상 압력과 임차인 권리 약화로 이어진다.
모건스탠리가 매입한 서울 강동구 원룸형 임대주택이나 KKR과 홍콩계 주거렌탈 전문기업 '위브리빙'의 레지던스 사례는 입지·시설 향상을 명목으로 한 월세 상향이 인근 임대료까지 동반 인상시키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월~10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 상승률은 7.15%로, 해당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같은 기간 3.56%였던 상승률이 4년 만에 약 2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서울 기준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도 100만원을 훌쩍 넘겨 14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정부 대책이든 전세사기 여파든 수도권 및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자본이 공급 주도권을 쥘 경우, 임대료 주도권은 임대인 측으로 급격히 쏠려 임차인의 거주비 부담은 단기적·장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자산거래 양극화 및 시장 독점 우려가 되는 해외 자본은 수익성이 확실한 서울·수도권 우량 자산에만 자금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지방 및 노후단지 등 비우량 주택시장의 투자를 외면하며 자산거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나아가, 해외 자본이 시장 지배력을 키워 '기업형 임대주택 독점화'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중소 임대사업자·투자자는 경쟁력을 잃고 임대료 일괄 인상 등 잠재적 시장 교란 위험이 커진다.
더욱이 글로벌 금리 변동성 확대 등 외부 리스크로 인해 해외 자본이 국내 시장에서 급격하게 자금을 회수 할 경우, 이는 곧 대규모 임대료 변동이나 공실 증가 등 국내 주거 시장에 충격파를 줄 수 있다.
현재 국내 월세 시장, 특히 서울의 월세 비율은 전체 거래의 60%를 넘어서며 주력 임차 형태로 자리 잡는 추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 여파로 전세 대출 이자가 월세와 유사하거나 더 높아지면서 세입자들의 전세 선호도가 크게 하락했다"라며 "정부의 임대차 3법 시행과 전세 사기 이슈가 겹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전세 제도의 불안정성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극도로 강해진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에 더해 해외 자본의 장기·기업형 임대주택 집중 투자는 '월세 공화국'으로의 시장 구조 전환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자본의 운영 전략에 따라 임대주택 고급화는 진행되겠으나, 임대료 상승, 임차인 계약 조건 조기 변경 등으로 실수요자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정부는 주거 안정성 확보와 시장 건전성 유지를 위한 정책 대응을 모색 중으로 알려졌다.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도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유도하고,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 서민 주거비 지원 강화를 추진중이다.
또한 신축 매입임대주택 사업자에게 1금융권의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도심주택특약보증의 한도도 상향된다.
오피스 빌딩 부동산 전문가는 "해외 자본 유입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미흡할 경우에는 주거 취약계층의 월세 난민화와 지역 격차 심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